[오늘 본 옛 그림] (33) 벼슬 높아도 뜻은 낮추고 기사의 사진

멋쩍은 퀴즈 하나 내보자. 이 양반의 패션에서 어색한 걸 고른다면? 정답은 모자와 옷. 격에 안 어울리는 복색이다. 모자는 벼슬아치의 오사모인데 옷은 야인의 평복이다. 무인으로 치면 투구 쓰고 베잠방이 걸친 꼴이다. 이 엉뚱한 차림새에 무슨 까닭이 있을까.

작품은 강세황의 자화상이다. 그는 제 모습을 그린 뒤 해명 삼아 그림 속에 글을 남겼다. ‘저 사람이 누군가. 수염과 눈썹이 새하얀데 머리에 오사모를 쓰고 옷은 야복을 입었네. 이로써 안다네, 마음은 산림에 있는데 이름이 조정에 올랐음을. 가슴에 온갖 책이 들어있고 붓으로 오악을 흔들어도 남들이 어찌 알까, 나 혼자 즐길 따름이라네…’

지식과 경륜은 자족의 방편일 뿐, 벼슬길에 나아가도 마음은 온통 초야에 쏠려 있다는 고백이다. 강세황이 어떤 인물인가. 젖 냄새 날 때 시를 짓고 그림을 품평했으며 열 살 갓 넘겨 선비들의 과거 답안지에 훈수를 두었다는, 이른바 ‘엄친아’였다. 병조참판과 한성판윤을 지냈으나 벼슬보다는 창작과 비평을 오가며 예림의 총수로 군림한 이력이 더욱 빛났다.

일흔 나이에 그린 그의 자화상은 겉볼안이다. 깊숙한 눈두덩에 배운 자의 사려가, 긴 인중과 다문 입술에 과묵한 성정이, 하관이 빠른 골상에 칼칼한 지성이 풍긴다. 그런 그도 출사(出仕)는 환갑이 넘어서 했다. 예부터 벼슬은 높이고 뜻은 낮추랬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포의(布衣)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벼슬은 모름지기 복어알과 같다. 잘못 삼키면 독이 된다. 젊은 나이에 입각했다고 입맛 다실 일이 아니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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