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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경제장관 복창 소리만 요란해서야

[김성기 칼럼] 경제장관 복창 소리만 요란해서야 기사의 사진

“청와대만 바라보지 않고 시장 동향과 민심을 챙기는 소신과 능력은 없는지”

이명박 정부가 국정기조를 친서민에 맞추면서 부동산 대책과 세제개편 등 주요 현안들까지 큰 흐름에 휩쓸려 가고 있다. 서민의 개념부터 불분명해 정책 목표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제부처들은 아랑곳 없이 친서민 정책 개발에 바쁘다. 무주택 세대주에게 보금자리주택을 제공하고 영세 사업자나 저소득 근로자에게 시중 정상 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책도 마련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고루 전파되고 이를 통해 중산층을 튼튼하게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당연하고 듣기에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 목표라도 추진 과정에서 내부 갈등과 이해 상충을 유발해 경제적 효율과 성장 동력을 저해하면 장기적으로 성과보다 폐해가 커지게 마련이다.

지난 참여정부는 취약한 지지기반을 결집시키기 위해 ‘강남 아파트’로 상징되는 중산층을 싸잡아 매도하면서 징벌 수준의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집단따돌림에 가까운 저급한 정책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참여정부를 고립시켰다. 편가르기 식 정책은 군사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의 심정적 후원 기반이었던 넥타이 부대 출신 중산층까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어 한나라당에 다시 표를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시 비슷한 길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서민 정책이 또 다른 쏠림 현상으로 굳어질 경우 여기에 실망한 중산층 지지 기반이 돌아설 위험도 없지 않다.

사실 표를 단순히 계산한다면 친서민, 친중소기업 정책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수백, 수천 배에 이를 터이니 계산은 하나마나다.

그러나 몇 마디 구호나 선심 정책 포장에 따라 표가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역대 주요 선거 결과를 보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정책 목표나 방향 자체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실제 성과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포장이 아니라 내실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활기를 되찾아 생활 형편이 좋아지는 구체적 성과가 나타날 때 비로소 표로 연결된다.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의제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게 여당과 청와대 몫이라면 내실을 갖춰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키우도록 집행하는 일은 장관들의 몫이다. 특히 친서민 정책을 집행하는 경제장관들은 시장 흐름에 맞춰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세부 지침을 조율해야 할 책무가 있다. 애당초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을 때에는 문제점을 지적해 시정을 주장하는 소신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경제장관들은 청와대의 친서민 구호를 열심히 복창할 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끊겨 시장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고 금리체계가 뒤죽박죽 엉겨 혼란이 빚어져도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는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부동산 거래를 살리기 위해 경제장관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을 논의하겠다고 소란을 떨다가 정치권 일정 등 눈치를 살피느라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해 시장 불신만 가중시켰다.

청와대가 제시한 방향에 충실하게 따른 덕분인지 지난 8일 개각에서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을 제외하고는 경제장관들이 대부분 유임되는 경사를 누렸다. 유임 배경으로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4대강 사업 등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청와대가 보기에는 주어진 책무를 별 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지시 사항만 따라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밑바닥 민심을 헤아리고 시장 동향까지 제대로 챙겨 정책에 반영할 줄 아는 능력과 소신을 장관에게 요구하고 있다. 복창 소리 크다고 위에서 칭찬받는 건 군대에서 이등병이나 일등병 무렵이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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