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홍덕률] 신뢰사회를 위한 제언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회개운동이 나라바로세우기 운동으로 승화됐으면”

나라가 많이 어지럽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한·중관계가 심상치 않은데다 한·리비아, 한·이란 관계도 매우 걱정이다. 실은 한·미 관계에도 걱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미 FTA의 재협상 및 수정 가능성이 그것이다. 만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과 수정이 현실화될 경우, 그래서 우리 축산 농가와 자동차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될 경우, 반미 정서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 안의 일도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말 많던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되었지만, 정부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인 4대강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민간인과 정치인 사찰 의혹에, 정부 여당 안에서 터져 나오는 잡음 때문에도 국민은 불편해하고 있다. 재고로 쌓여 있는 쌀이 140만t이나 돼 사람이 먹기 힘든 오래된 쌀을 사료용으로 쓰자는 얘기까지 나온다는데, 마땅한 해법은 제시되지 못했으니 쌀 풍년을 앞둔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안 사정도 그렇다. 아이들을 집 밖에 내보내기도 겁나는 형편이며, 여성들 외출마저도 불안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친서민 구호가 요즘처럼 자주 들린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서민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통계와 보도도 보기 어렵다. 나라 일이 전반적으로 걱정인 것이다.

왜 이런 걸까. 대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필자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여와 야 사이에 그리고 여의 내부와 야의 내부에도 온통 불통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한 식구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정부-여당 사이에서도 불통과 암투와 불신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서민들은 정부의 친서민 구호의 진정성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교육비 감소와 사학비리 척결선언에 대해서도 시큰둥하다. 정치권에서 내놓는 온갖 약속들도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사실 불신받기는 언론도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며, 사랑이고 진리고 빛이어야 할 한국 교회도 요즘엔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언론과 국민, 교회와 사회 사이에도 존경과 신뢰가 무너지고 불통과 불신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매우 걱정스런 일이다. 숱한 문제들을 풀어줄 지렛대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대단히 심각한 불신사회를 살고 있다.

불신.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모든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다. 이런 불신과 불통을 그대로 안고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신뢰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경제도 일으켜 세울 수 없고, 정치도 교육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품격 높은 삶과 국격도 물론 기대할 수 없다. 공자도 갈파했듯이 신뢰는 국방이나 경제보다도 앞서는 나라 운영의 근본인 것이다.

정치와 외교, 경제와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난관을 헤쳐 가기 위한 단기 처방들도 필요하겠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중장기 근원처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여당의 솔선수범이 중요한데 먼저 국민을 섬기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국민 앞에 매사 정직하게 서야 하며, 진정성 있게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 여당의 고위층 인사들부터 신중하게 말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 위에 경제계와 문화계의 지도층도 함께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회복 운동에 나서야 한다. 언론계와 교육계와 종교계는 더욱 중요하다. 국민의 정신세계와 말을 관장하는 영역이기에 그렇다. 국민을 받드는 자세로 자신의 잃어버린 본분을 다시 찾아야 한다. 정의와 소금과 빛의 사명을 찾아 땅에 떨어진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

특히 지금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교회의 교회 및 사회 갱신을 위한 회개운동으로부터 사회 전반의 신뢰 회복운동이, 그를 통한 나라 바로세우기 운동이 시작될 수 있으면 좋겠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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