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판다가 귀엽다고? 기사의 사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생동물이라면 자이언트 판다 아닐까. 흰색과 검정색의 통통한 몸과 크고 둥근 얼굴에 커다랗고 까만 눈, 작고 동그란 귀까지 귀여운 판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뿐 아니라 1961년부터 국제야생기금(WWF)의 상징동물로도 출현하고 있고 중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기도 한다.

그래도 판다를 귀여운 외모로만 평가하면 안 된다. 100㎏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맹수다. 게다가 수시로 나무에 오르내리며 힘을 기른 앞발로 상대를 내려치는 일격은 표범도 물리칠 정도로 위력적이다. 야생동물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이와 포식자를 피하는 것인데, 판다는 강력한 앞발 내려찍기를 가졌으니 자신을 위협할 맹수도 없으니 행운이라 하겠다.

판다가 여유로워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배고프면 대나무 숲 한가운데 엉덩이를 깔고 앉아 앞에 있는 대나무가지 하나 잡아당기면 된다. 또 남들에게는 없는 가짜 엄지로 대나무 가지를 꽉 붙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입으로 쭉 댓잎을 훑어내면 된다. 참 쉽다.

그래도 육식동물인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 육식동물답게 판다는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을 가졌다. 이는 초식동물인 소나 말들의 위나 장에는 식물성 섬유질을 분해시켜 주는 미생물들이 있지만 불행히도 판다에게는 없고, 장의 길이도 짧아 대나무잎을 제대로 소화시킬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소가 먹이의 60%를 소화시키는 데 비해 판다는 단지 12%의 먹이밖에 소화시키지 못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배설하고 만다. 그래서 판다가 하루에 대나무 12∼38㎏을 먹어야 하고, 먹이를 먹는 데만 11∼14시간을 보내야 한다.

영양이 적은 먹이를 먹어서인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판다들이 짝을 맺어 아기를 낳게 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동물원이나 연구기관들에서는 판다를 임신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 왔다. 수컷 판다에게 정력에 좋다는 한약을 먹였다가 도리어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되어 암컷을 공격한 사건도 있고, 90년대에는 비아그라를 먹인 적도 있었지만 모두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는 다른 판다 부부의 교미 장면을 비디오로 보여주며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더니 교미에 성공해서 1999년에 새끼가 태어났다. 그 후 인공수정이 이어지고, 야생에서 어미가 기르지 않는 새끼들은 분유를 먹여 기르는 기술도 늘어가고 있다. 귀한 동물답게 전 세계 사육기관에 있는 모든 판다들은 국제혈통등록에 기록되어 철저히 보호받고 있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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