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영우] 국격 높이는 우리의 숲 기사의 사진

몇 명의 연수생이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의에 사용된 사진자료를 얻으려고 연단으로 몰려왔다. 연수생들은 50대 전후의 몽골 고위 산림공직자들로 수강 태도는 대체로 진지했지만 분위기는 강의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13세기 몽골의 침입과 70여년간의 지배로 고려의 산림이 결딴났고, 그 결과 ‘3년에 한 번꼴로 풍수해와 기아가 계속되었다’는 고려사를 언급할 적엔 옛 몽골제국의 영화를 회상하는 듯 강의에 열중했다. 그러나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으로 숲이 결딴난 조선의 참상을 언급할 때는 남의 일처럼 시큰둥했다.

수강 태도가 일순 변한 것은 일제 강점기의 산림 수탈 현장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진을 보여 줄 때였다. 특히 1970년대 치산녹화 사업을 실시하기 전의 헐벗은 산림과 복구된 현장을 함께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조림 성과를 설명할 때는 모두가 주목했다. 70년대에 심은 나무들이 80년대를 거쳐 90년대의 울창한 숲으로 변한 모습에는 ‘와!’ 하는 찬사가 일제히 튀어나왔다. 전 국토가 사막이 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 몽골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경험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한국의 조림성공 세계가 주목

사진을 요청한 경우는 몽골 연수생뿐만 아니었다. 숲이 파괴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온 산림관료들에게 강의할 때도 그랬다. 산림 황폐지를 성공적으로 복구한 조림지 사진은 산림복구 사업에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복구 전후의 사진을 얻고자 하는 것이리라.

1인당 국민소득이 400달러 정도로 가난했던 한국이 파괴된 산림을 짧은 기간에 복구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을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 조림사업에 헌신한 산림 공직자, 임산연료에서 화석연료로의 전환,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 참여 등 4가지로 요약해 설명해줬을 때 외국인들은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부터 마을 숲을 지키고 가꾸는 ‘송계(松契)’라는 자치조직이 있었고, 그 전통이 치산녹화 사업 때 마을마다 ‘산림계’를 결성하는 문화적 토대가 되었다는 설명에 외국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몽골 산림공직자에 대한 나의 강의는 산림청 산림인력개발원에서 숲이 파괴된 제3세계 산림 전문가들을 위해 마련한 산림복구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한국의 조림 성공 요인’이란 제목의 강의는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파푸아뉴기니, 에티오피아, 케냐,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페루, 온두라스의 산림공직자들에게도 했던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환경저술가 레스턴 브라운은 저서 ‘Plan 2.0’에서 “한국의 조림 성공 사례는 전 세계의 모델이다. 한국처럼 우리도 지구를 재조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이처럼 우리의 산림복구 경험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류문화사를 되돌아볼 때 파괴된 산림을 복구한 나라가 많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그 일을 성취했으며, 환경재앙 근원인 지구온난화의 완화에 산림의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극 소개해 자긍심 고취를

110여개국 2500여명의 산림관련 관료와 과학자를 비롯해 4000여명의 산림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가 다음주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 산림문화 전문가들은 ‘조림 성공 사례’, ‘한국의 명품 숲 100선’, ‘한국의 산림문화 유산’을 영문 책자로 준비하고 있다. 산림복구 현장도 함께 둘러볼 예정이다. 한국의 조림 성공 사례는 서울을 찾는 전 세계 산림과학자들에게 자랑해도 좋은 한민족의 성취라 할 수 있다. 이 기회에 국격(國格)을 더 높인 우리 숲을 세계에 적극 소개하자. 우리 숲은 한민족의 자긍심이다.

전영우(국민대 교수산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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