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라동철] 방송사업자 선정 최선책은 기사의 사진

안갯속이다. 그림을 보여줬지만 뭘 그린 건지 알 수가 없다. 복잡한 퍼즐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승인 기본계획(안)’ 얘기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전문채널 공히 사업자수와 선정방식, 심사기준 및 배점 등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해 2∼3개의 복수안을 내놓았다. 심하게 말하면 ‘아직까지도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이다. 연내에 사업자 선정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일정을 감안하면 한가해 보이는 행보다.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뭔가 복선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의 길을 열어준 방송법 및 신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게 지난해 7월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관련학회 세미나, 공개 토론회, 민간전문가들의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정 시기를 계속 미뤄 왔다.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그해 안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2010년 초’(2009년 9월), ‘2010년 상반기 이후’(2009년 12월), ‘연내’(올해 3월)로 계속 시기를 늦췄다. 방송법 개정안 자체가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날치기’ 논란 끝에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될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게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사업 참여 희망자 등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맞서 있고, 신경전이 치열한 것도 이유라고 짐작된다.

미디어 광고 시장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사업자를 다수 승인하는 것은 당초 내건 정책 목표의 하나인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아니라 방송 시장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혜 논란을 빚을 수도 있겠지만 적정선의 사업자 선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기본계획안도 그 연장선 상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사업자 수를 종편은 ‘2개 이하’와 ‘3개 이상’, 보도전문채널은 ‘1개’와 ‘2개 이상’으로 열어놨지만 방송 진출을 노리는 유력 신문들과 우호적인 매체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적정히 타협하는 선에서 사업자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종편과 보도채널에 동시 신청을 허용하고,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시기를 ‘종편 선정 이후’로 하는 방안을 열어뒀다는 점이다. 종편채널 사업자의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를 ‘CJ미디어급’ 수준인 3000억원으로 정해 사업자 수를 가급적 늘리고, 유력 신문 가운데 탈락자가 나오면 보도전문채널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탈락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로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의혹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가 3개인 상황에서 지상파나 다름없는 종편채널을 추가 허용하고 특혜까지 주겠다는 종편 정책은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KBS 2TV 광고를 폐지하거나 축소해 광고시장의 파이를 늘리려 하고 있지만 종편 허용은 방송은 물론 신문의 광고 예속화를 부추길 게 뻔하다.

종편 사업자 선정은 어떻게 되든 특혜 논란과 정치적 시빗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력 언론사들을 모두 만족시킬 묘책은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방통위가 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행여나 유력 언론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짓는 ‘출구 전략’을 염두에 둬서는 안 된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다음달 2, 3일로 예정된 공청회는 답을 미리 정해 놓고 구색을 갖추는 자리가 아니라 합리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장이 돼야 한다.

라동철 문화과학부장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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