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2020년 한·중관계는 기사의 사진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내리면 한국어 안내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이징 도심 창안제(長安街)에는 LG 트윈타워와 SK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시내 곳곳엔 삼성 홍보물이 눈에 띄고 거리에는 현대차들이 즐비하다.

베이징 한인촌인 왕징(望京)과 대학가인 우다커우(五道口)엔 곳곳에 한국어 간판이 눈에 띈다. 특히 왕징은 중국이라는 생각을 못할 정도다. 5만∼6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이곳에선 중국어 한마디 못해도 생활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슈퍼마켓에 전화를 걸어 한국어로 “신라면 2개만 가져다주세요”라고 주문하면 10분 내에 배달된다.

인천 국제공항에도 중국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공항버스를 타면 10명 중 3∼4명은 중국인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엔 중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중국 유학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요 생필품의 상당수가 이미 중국산이 됐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4일로 18년이 됐다. 성년의 나이다. 1992년 수교 당시 연간 13만명에 불과했던 인적교류는 지난해 454만명으로 39배 정도 늘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 중국 방문 한국인은 196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방한 중국인도 82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36.4%나 급증했다.

특히 미래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교류가 활발하다. 현재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은 6만7000여명이다.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다. 한국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도 6만3000여명으로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최다이다. 한국 6개 도시와 중국 31개 도시 간 주당 860여회 항공편 운항이 이뤄지면서 양국 간 인적교류도 계속 느는 추세다. 이로 인한 문화적 교류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수교 당시 63억7000만 달러였지만, 지난해엔 1409억 달러로 26배나 증가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무역규모는 2대 교역국인 일본(712억 달러)과 3대 교역국인 미국(666억 달러)의 교역규모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4대 무역국이다. 홍콩을 제외하면 미국, 일본에 이어 3대 무역국이다.

한·중 양국은 이처럼 경제·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정치·외교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수교 이전 적대관계였던 양국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지난 4월 상하이 엑스포 개막, 5월 한·중·일 정상회담, 6월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정도로 긴밀해졌다.

이런 양국 관계가 천안함 사건으로 서먹해졌다. 동아시아 정세와 맞물려 미·중 간 긴장 관계까지 형성되면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중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하고, 한국은 중국에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한·미 동맹이 상대적으로 부각돼 한·중 관계의 간극이 더욱 벌어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은 한국의 지위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핵문제를 비롯해 미래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한·중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향후 10년 후인 2020년 어쩌면 양국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가 돼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8년간 초고속으로 성장한 양국관계를 고려할 때 2020년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물론 정치·외교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나라가 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23일 베이징 한국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 등 사안에 따라 양국간 이견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큰 흐름에 있어 양국 관계는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면서 “더 크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교 18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더 긴밀하게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베이징=오종석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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