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경숙] 아주 특별한 우정 기사의 사진

“멘토넷은 멘토와 멘티 잇는 사랑의 띠… 세대 넘는 소통의 도구로 자리잡길”

기원전 1200년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면서 사랑하는 아들을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부탁한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년 동안 친구는 왕자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선생님 혹은 아버지처럼 돌보면서 훌륭한 인격자로 성숙하게 했다. 그 믿을 만한 친구의 이름이 바로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란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멘토(Mentor)’였다.



멘토는 지식을 전수하고, 이끌어주는 선생님 또는 코치와는 조금 다르다. ‘굿 윌 헌팅’이란 영화는 천재적 역량을 가졌지만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던 주인공(맷 데이먼)이 심리학 교수인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를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료하고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혜와 사랑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관계가 ‘아주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멘토와 멘티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도 특별한 우정을 나눌 멘토의 존재가 절실하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가야 할 시기에 단순히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맹목적인 진학준비에 매달리고 있고, 많은 대학생들은 소위 스펙 쌓기라 불리는 취업준비에 4년을 쏟아붓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이 더 좋은 여건에서 생활하기를 바라고 우수한 대학과 직장으로 진출하길 바라다 보니 자녀들과의 진정한 소통이 힘들다.

미국에는 이러한 젊은이들의 취미, 관심사, 미래상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특징을 고려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 기관이 있다. 바로, 500여개의 지부로 구성된 ‘빅 브러더스 빅 시스터스’(BBBS)다. 1904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그간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 수백만명에게 든든한 멘토가 돼 줄 형과 누나, 삼촌과 이모를 만나게 해주었다. 이후 일탈을 일삼던 멘티 청소년들이 착실한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 나간다는 사실이 각종 통계로 입증됐다. BBBS는 이러한 멘토링을 통해 젊은 인재들의 성장은 물론, 미국 사회의 통합과 봉사정신을 함양하는 문화인프라 지원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기관이나 대학들이 구성원들을 위한 멘토링을 소규모로 진행해 왔으나, 전국적 규모의 체계적인 멘토링 시스템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국 멘토링 네트워크(멘토넷)’는 미국의 BBBS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과 사회지도층 인사들 간의 특별한 쌍방향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다.

멘토넷으로 시작될 우리나라에서의 이 특별한 인적 네트워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지만 많은 사회 선배들의 관심을 통해 앞으로 수만명, 혹은 수십만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멘티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기 바란다. 또한 이들 대학생 멘티들이 초·중·고생들의 멘토가 되어 한민족이 사랑의 띠로 하나가 되는 세계적 멘토링 인프라를 갖출 수 있길 기원한다.

멘토넷에서 멘토와 멘티의 만남, 이들이 공유한 특별한 우정은 일방향적이지 않다. 멘토들은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후배세대 양성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멘티들은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디세우스왕의 아들과 ‘멘토’가, 또 윌 헌팅과 숀 맥과이어 교수가 함께 나누었던 특별한 우정처럼 시대와 역사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아주 특별한 관계, 멘토링. 이제 우리나라의 경륜 깊은 세대는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체득한 젖과 꿀을 이 ‘아주 특별한 우정’을 통해 우리의 다음세대와 공유하는 기쁨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우정이 아름다운 스토리를 가진 따뜻한 드라마, 새로운 소통의 역사로 태어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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