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박병권] 새로운 한·일 관계의 모색 기사의 사진

우리 민족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몇 해 전부터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을 타고 배용준을 비롯한 톱스타들이 일본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국민 대부분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배용준뿐 아니라 이병헌, 최지우씨도 일본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어 우리나라를 알리는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에는 한채영, 김범 등도 일본에서 팬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스타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한·일관계가 금방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지난 5월 말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일 축구 경기는 이 같은 기자의 확신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일본 국가대표팀은 한국을 초청해 승리한 뒤 월드컵 출정식을 하려고 마음 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나라가 2대 0으로 이겼다. 선취골을 넣은 박지성은 일본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울트라 니폰’을 향해 유니폼 상의를 끌어 올리며 보기에 따라서는 ‘건방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박지성은 그 이유에 대해 일본 관중들이 한국팀 선수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야유를 보내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기 전 일본 프로 축구 팀에서 뛴 전력이 있어 일본 팬들에게 낯선 인물도 아니다.

더욱 가관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일본 대표 선수들은 마치 전쟁에서 진 병사처럼 그 넓은 운동장을 머리를 푹 숙이고 한 바퀴 돌았다. 단지 축구 게임에서 한 번 진 것뿐인데….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다음 날 일본의 모든 스포츠 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사퇴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을 보도하며 일본 축구의 후진성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박지성이 골을 넣은 장면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정이 담긴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 겨울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 우리나라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김연아뿐 아니라 모태범 이상화 등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예상을 깨고 금메달을 휩쓸었다. 당시 일본은 노 골드로 대회를 마감했다.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것이다. 일본은 오래 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겨울 종목의 강국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하다. 그렇더라도 김연아에게 져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사다 마오는 눈물을 글썽이며 분하다고 말하여 실력이 모자란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일본은 국제빙상경기연맹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선수에게 유리한 평가 제도를 만들게 하기도 했다. 마오가 여자 피겨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일본의 후원으로 꾸려진다는 사실은 피겨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일본은 후안무치의 일을 태연히 한 것이다.

올해는 마침 한일합방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제 일본도 과거의 감정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제 운동경기에서 일본을 이겼다해서 희희낙락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싶다. 두 나라가 서로 이웃하며 함께 번영하는 길을 찾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일본은 서양에 빚을 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없는 나라란 말일세. 그러면서도 선진국임을 자처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 대열에 끼여들려 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주위의 사소한 것들은 저버린 채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건데, 그게 다 억지로 확장한 것이어서 더욱 딱한 노릇이지. 이솝우화에 나오는 소와 싸우는 개구리와 같은 격이지 뭔가.”일본의 대표적 문학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말이다. 일본에서도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는 듯 하다. 실천이 문제이긴 하지만. 새로운 한일 관계가 자리잡길 진심으로 바란다.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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