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현종 (16) 수술 후 진심으로 회개… 작심삼일

[역경의 열매] 유현종 (16) 수술 후 진심으로 회개… 작심삼일 기사의 사진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 한 곳이 막혀 그걸 뚫고 조영하는 시술을 받았다. 다행히 하나님은 나를 살려주셨다. 옛날 어려웠을 때 왜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느냐며 하나님을 원망하고 등을 돌리고 떠난 뒤 마음대로 살아온 벌이라는 걸 알고 난 진심으로 뉘우치며 정금(正金) 같은 신자가 되겠다고 재 다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작심삼일이 되기 시작했다. 편하게 믿음생활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간섭받지 않고 주목받지 않는 교회에 다니고 싶었다. 대형교회로 바꿨다. 구경꾼처럼 돼 수많은 인파 속에 성전의 뒷자리를 지키다 나오는 신자로 만족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골프모임, 결혼식 등이 대부분 주일에 있었다. 처음에는 피치 못할 사정을 핑계로 예배를 빼먹는다며 하나님께 죄송해했다. 그러나 반복하다 보니 죄의식이 사라지고 하나님 곁에서 멀어지게 됐다.

그러자 얼마 후 하나님은 아주 호되게 날 내리치셨다. 큰 사고가 났던 것이다. 15년쯤 전의 일이다. 그날은 새벽부터 늦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30년 넘게 형제처럼 지내는 가수 조용필씨가 전화했다.

“형, 오늘 라운딩하지 맙시다. 비바람이 칠 거 같고 나도 컨디션이 별로고.”

수원 모 골프장에 예약을 해놨는데 비도 오고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 안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용필이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내 권유 때문이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술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 골프가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용필이는 당구를 잘 쳤다. 400점 실력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집중력과 승부욕이 강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무명일 때 어느 밤무대에서였다. 기타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대단한 솜씨였다. 그는 가수뿐 아니라 기타리스트로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실력파이다. 만난 지 일년도 안 되어 데뷔 음반을 냈다며 일하고 있던 부산에서 올라왔다.

그 음반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때마침 조총련계 추석 성묘단이 귀국, 주제가처럼 돼 대히트를 하게 되었다. 용필이는 가장 단시간에 스타덤에 오른 가수로 기록된다. 또 가장 빠른 시간 내 스타 자리를 잃어버린 기록도 있다. 이른바 대마초 사건에 휘말려 3년간 노래를 하지 못했다. 음반판매는 물론 방송과 밤무대 출연까지 박탈당했다. 나는 시간 있을 때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연주는 물론 작곡이나 편곡 실력도 전문가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해외 가수의 음반은 용산PX에서 흘러나올 뿐 악보를 구할 수 없어 연주를 못했다. 그러나 용필이는 음반을 걸어 놓고 청음채보(聽音採譜)를 했다. 귀로 듣고 그룹의 악기별로 다 악보로 옮기고 그걸로 자기 그룹에 맞게 편곡하여 연주하는 실력이었다.

한국 가수라면 우리 음악 정도는 할 줄 아는 국적 있는 가수가 돼야 한다며 내가 알고 있던 인간문화재 박귀희 선생님께 소개시켜 주고 우리 음악을 배우게 했다. 3년 만에 해금돼 컴백할 때 대히트를 한 곡은 경기민요 ‘한오백년’이었다. 다시 최고의 국민가수 자리에 앉게 됐다.

안 가겠다는 그를 어거지로 골프 필드에 세웠다. 늦가을 가랑비는 우산을 받아도 소용없었다. 바람까지 들이치니 추워 이가 마주칠 지경이었다. 겨우 전반 9홀을 끝냈다. 후반 9홀에 들어가려 하자 그는 애원하듯 그만 가자고 했다. 나는 입장료가 아까우니까 다 치고 가야 한다고 우겼다. 그는 덜덜 떨며 라운딩을 다 마쳤다. 클럽 하우스의 더운 욕탕 속에 들어가 앉으니 살 것 같았다. 다른 날 같으면 저녁을 먹고 헤어졌을텐데, 용필이는 자기네 사무실에 기자들이 와 있어 혼자 가겠다고 했다. 그와 헤어진 게 자정 무렵이었다.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용필이 S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매니저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매니저에 따르면 기자들과 저녁을 먹고 밤늦게 헤어져 자기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다가 깜박 졸았는지 테헤란로 중앙분리대 석축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졸다가 사고를 냈다는 말에 나는 주저앉았다. 사고 원인 제공자가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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