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최공필] 납세자 보호 위한 금융개혁 기사의 사진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자원배분과 위험분산은 당장의 실적과 시장평가에 의존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장평가는 종종 쏠림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왜곡을 보이곤 한다. 시장여건에 따라 평가기준 자체가 변하게 되고 쏠림현상마저 가세할 경우 시장은 더욱 버블화되어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게 된다. 재원의 상당부분이 고위험·고수익과 관련된 투자에 얽매이면서 금융의 효율적 자원배분기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애써 축적한 자본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과도할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첫째, 위험관리가 어려워진다. 당초 시장가격의 조율기능을 근거로 이루어져야 할 경제적 결정이 거꾸로 당장의 포지션 조정부담 때문에 마비되기 십상이다. 특히 이러한 관행이 부동산 투자와 같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시스템 차원의 위험관리는 불가능하다. 예로 금리결정을 통해 시장에 전달되어야 할 정책조절기능은 여지없이 속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위험을 더욱 축적시키고 추후 조정을 힘들게 하여 결국 납세자에 의존하여 자본토대를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둘째, 견실한 자본토대의 약화로 인해 지속성장을 견인할 고용기반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일부 자본가나 이해당사자들의 착취적 단기수익 추구는 경제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참을성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의 형성을 저해한다. 위험자본(risk capital)과 참을성 있는 자본의 균형이 파괴되어 단기실적에도 불구하고 미래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게 된다.

셋째, 위기라는 조정방식에 의존하게 되어 중산층 퇴조가 불가피하다. 공히 위기의 근본원인은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다. 문제는 불가피한 자본의 속성상 과도한 단기이윤 추구가 우세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고 이는 매번 위기라는 극단적 조정과정을 통해 중산층 퇴조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비용면에서 당장에 현실화되지 않는 소수의 과도한 위험추구를 사전에 견제할 인센티브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은 끊임없이 고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위기 이전 초과이윤, 인수합병을 통한 고성장 추구,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키워진 자본은 단기초과 이윤에 익숙해져 버렸다. 결국 과도한 레버리지를 토대로 이루어진 초과이익이 충실한 자본축적이 아닌 스스로의 자본파괴로 이어진 것이다.

위기를 거치면서 저성장·고실업의 새로운 패러다임(New Normal)이 정착되고 초과이윤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의 확보(β)가 더 중시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유불급을 무시하는 단기 인센티브는 위기의 홍역을 비껴간 국가들을 중심으로 배태되고 있다. 갈 길이 먼 개발도상국은 패러다임과 여건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채 현재의 상황을 단순 투자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견실한 자본토대가 일부 소수의 고수익 단기이윤 추구로 위기 때마다 크게 잠식당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고령화로 안정적 소득 흐름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위기를 경험할 경우 목표 수익률 회복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위험추구에 나서기 쉽다. 납세자가 지탱하는 자본토대마저 위협받는 상태에서 재정의존적인 현재의 안정구도가 지속될 경우 세계경제는 심각한 침체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더욱이 매번 위기를 거치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산층 퇴조와 고용기반의 잠식이다. 막연한 경기회복 기대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자기 돈으로 어떤 투자를 하건 상관할 바가 아니나 남의 돈으로 위험파악이 불가능한 투자에 나서기엔 재정의 보호막이나 자본토대가 너무 취약해진 상태다. 따라서 납세자와 예금자 그리고 금융서비스 이용자 보호차원의 강력한 시장규율을 중시하는 금융개혁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최공필(금융연구원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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