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국민이 정말 무섭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 칼럼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가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를 받으면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중앙 정치판의 혹독한 견제와 시험을 이기고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함을 전제로 해서였지만. 그의 성공 여부는 본인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그것과도 직결돼 있다고 덧붙였었다.

후보 사퇴, 그나마 다행

그런 그가 본인의 상처는 둘째이고 정권에 엄청난 부담만 남기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참신하고 소탈하며 친화력이 뛰어나 국민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리라던 그의 이미지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청문회에서 공무원을 가사도우미로 쓰고 관용차를 부인이 개인적으로 이용케 하는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된 박연차씨를 만난 시기에 대해 거짓말을 한 건 결정적인 흠이 됐다.

이번 김태호 사태는 향후 정국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중 핵심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불가피해진 레임덕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그가 낙마함으로써 대권 레이스의 선두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가 상처투성이지만 낙마하는 것보다는 생환하는 게 실보다 득이 크다는 계산 아래 국회에서의 임명동의 절차를 강행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는 그렇다 쳐도 여당 내 비주류인 박근혜계는 물론이고 주류 이명박계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인준 절차를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대표와 여당 내 이탈표가 합쳐져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까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 되면 여당이 분열되고 민심 이반이 심화돼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추락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6·2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경험한 여당으로서는 그의 임명에 비판적인 여론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사퇴는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고지를 점한 민주당은 총리 및 일부 장관 후보를 낙마시킴으로써 이 정권 후반기 시작부터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전략으로 임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이번 사태는 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게 사실이나 총리 및 일부 장관 후보들이 자진 사퇴함으로써 그나마 후유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만일 청와대의 당초 의도대로 김태호 내각이 만신창이인 채로 출범했다면 민심은 이 정권을 완전히 떠났을지도 모른다.

민심 추스를 국정쇄신책을

김태호 파문은 또 값비싼 대가를 치른 현 정권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들어설 정권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민 무서운 걸 알고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하지 않을 경우 정권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 것이다. 적어도 후보의 위법 행위 등 도덕성은 청와대의 검증 과정에서 낱낱이 가려져 국회 청문회는 본래의 취지대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그쳐도 될 정도가 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국민 앞에 ‘죄송’을 연발할 만큼 허물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의 꿈을 일찌감치 접으라는 것도 가르쳐 줬다. 후보자의 부실 답변으로 일각에서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일로 역시 청문회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적잖이 당황스럽고 수습책 마련에 크게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당장 마땅한 후임 총리 후보 등을 물색하는 게 쉽지 않을 터이다. 이번엔 김태호 파문을 교훈 삼아 능력에 앞서 도덕성부터 검증하고 정치적으로 더 큰 야망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장기적인 정국 수습책으로는 흐트러진 여권 내 분위기를 추스르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 비주류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고 심기일전하여 국정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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