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현종 (17·끝) “사도 바울의 일대기 써라” 하나님 명령

[역경의 열매] 유현종 (17·끝) “사도 바울의 일대기 써라” 하나님 명령 기사의 사진

무슨 정신으로 응급실을 찾아갔는지 모른다. 나 때문에 조용필 아우가 사고를 내고 중상을 입었다는 죄의식만 가슴속에 가득 차 있었다. 응급실에서는 응급조치를 받고 이미 중환자실로 옮긴 상태라 면회조차 되지 않았다.

중환자실 앞에 서 있던 나는 돌아서서 병원을 나서야 했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머릿속이 하얗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힘 빠진 두 다리가 휘청거릴 뿐이었다. 어둠 속에 나왔는데 바로 길 건너편에 교회 하나가 십자가를 밝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소예배실이 열려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엎드렸다.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그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하나님, 절 치시지 왜 죄 없는 아우를 치십니까? 사고를 낸 것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 비가 오니 나가지 말자고 했을 때 나가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이고, 나갔더라도 피곤하고 추워 더 이상 못하겠으니 도중에 그만 끝내고 돌아가자고 했을 때 그렇게만 했더라면 사고가 났겠습니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게임을 끝내고 가자고 우긴 건 저였습니다.”

잘못을 빌었다. 나 때문에 다시 무대에 서지 못하고 노래를 못한다면 평생 난 죄인처럼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사고소식을 맨 먼저 보도한 것은 일본 NHK방송이었다. 그의 차 벤츠는 폐차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런데도 목숨은 살았으니 벤츠 덕이었다며 일본에서는 그 사고 후 갑자기 판매량이 많아졌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있었다. 그건 나중 얘기고 그 예배실 안에 엎드린 나는 간절하게 하나님께 빌 수밖에 없었다.

그를 살려주시고, 다시 무대에 서게 해주시고, 노래를 계속하게 해주신다면 하나님을 위해 무슨 일이든 자원하여 충성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남은 여생 온전히 주님에게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하나님은 응답해주셨다. 중상을 입었던 그는 빠른 회복을 하여 2개월 후쯤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그는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나는 감사 기도를 드리고 정금 같은 신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새벽 백일기도를 드렸다. 작품 쓰는 시간 외에는 되도록 교회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래야 어떤 일이든 찾아서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집과 아집,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고 깨져서 주님 앞에 엎드린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러자면 세상에서 누렸던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하고 명예도 버려야만 했다.

차부터 팔아 치웠다. 두 번 다시 골프채는 잡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나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못한다. 예수님의 향기가 나는 신자로 변화하고 성화(聖化)돼 가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날 용서하시고 두 가지 큰 임무를 내려주셨다. 첫 번째가 사도 바울의 일대기를 소설로 써내라는 명이었다. 나는 작가니까 당연히 “아멘”했다. 안 그래도 하나님 앞에 갈 때 주님이 기뻐 받으실 만한 작품은 갖고 가고 싶었다.

두 번째 내리신 임무가 문제였다. 어느 모르는 젊은 장요한(강남임마누엘교회) 목사를 보내주시고 함께 강남 한복판에서 개척교회를 열고 최선을 다하라고 하신 것이다. 못하겠다고 손을 흔들었다. 내일이면 나이 칠십인데 무슨 힘이 있어 개척교회를 하겠느냐며 “제발 봐주십사” 했다.

반경 3㎞ 안에 대형교회 4개가 에워싸고 있고 대통령을 배출한 교회도 두 군데나 되는데 지하실을 얻어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니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하나님이 명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4년 전이었다. 신발 코가 다 닳을 때까지 뛰어 지금은 교회다운 교회로 성장해가고 있어 뿌듯하다.

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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