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싱그런 아침의 영광 기사의 사진

나팔꽃의 영어 이름이 멋지다.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아침의 영광이다. 우리는 꽃 모양이 갈라지지 않고 하나의 통으로 뭉쳐진 모양에 빗대 이름을 붙였다. 카메라에 나팔꽃이 잡혔다는 것은 절기가 바뀐다는 신호다. 나팔꽃은 늦여름부터 햇살이 엷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게으른 사람은 나팔꽃을 보지 못한다. 밤새 피었다가 햇살이 나타나면 수줍은 듯 조용히 꽃잎을 접는다. 밤이슬에 젖은 새벽의 나팔꽃은 더없이 청초하다. 나팔꽃은 낮에 피었다가 밤에 잠드는 수련과 정반대다. 수련은 물 위에서도 강하지만, 나팔꽃은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여린 식물이다.

그러니 아침까지 꽃잎의 끝까지 물을 뿜어내 꽃을 활짝 개화시켜 놓고선 하루 종일 지탱할 힘이 없다. 햇살이 강렬한 낮 시간에는 수분을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시든 상태를 유지하면서 쉬는 것이다. 더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안타까운 전략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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