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배병우] G20만 믿으면 되나 기사의 사진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안건 중 맨 위에 있는 것이 금융규제 개혁이다. 그중에서도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편을 주도하는 기관의 자료에 가장 흔히 나오는 문구가 ‘거시건전성 감독’이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미시건전성 감독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자기자본 비율 등 기존의 미시건전성 기준을 충족했던 금융회사도 부실화돼 공적자금을 받는 일이 속출했다. 개별 금융회사가 아무리 건전하더라도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락, 대외공급 충격, 환율정책 실패 등 외생적 불안으로 전체 금융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거시건전성 규제의 도입은 금융감독체제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 7월 상원을 통과한 금융개혁법에 따라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등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했다. 영국은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금융감독청(FSA)을 없애고 금융감독 권한을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으로 통합했다. 금융위기 피해를 받지 않았던 인도 터키 등 여러 국가도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감독체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도 미국 영국 등 ‘진앙지’엔 못 미치지만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2008년 말은 사실상 제2의 외환위기 상황이었다. 당연히 거시건전성 감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정부와 금감원, 한국은행 모두 위기의 도화선이 된 단기외채 증가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대외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 서브프라임 부실 불길이 붙고 있는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기준도 모호한 대형 해외펀드 판매를 허용, 4조원 이상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위기 직후 반짝 논의되던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2년이 되도록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한은법 개정안의 운명이다. 이 법안은 한은 특별융자를 받는 금융회사에 대해 한은이 단독 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주목해야 할 것이 법 개정안이 좌초되는 과정이다. 이 법안은 1년반이 넘는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의 반대로 8개월 넘게 법사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대로라면 결국 사문화(死文化)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최근엔 정무위가 지급결제 제도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을 한은에서 금융위로 가져오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해 불똥이 금융결제 제도 전반으로 튀고 있다. 정무위가 기재위 주도의 한은법 개정안을 확실히 무력화하기 위해 맞불을 놓았다는 분석이 많다. 관할 영역을 둘러싼 양 상임위의 다툼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이다.

한은 대 금융위·금감원의 익히 알려진 갈등에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의 대결이 추가된 셈이다. 여기에 금융기관 감독권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마찰도 커지는 점을 생각하면 3중, 4중의 대립구도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수석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중립을 가장한 교묘한 책임 회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도 이 문제만큼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한심하고 걱정되는 것은 국회의 행태다. 정부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른 사회세력 간 이견과 갈등을 줄여야 할 국회에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중대사안에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정당 제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 한국 경제는 분명히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정작 위기의 원인 치료는 시작도 않고 G20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백일몽에 빠져 있다.

배병우 경제부장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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