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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조현삼] 슬프지만 기쁜 날입니다

[삶의 향기-조현삼] 슬프지만 기쁜 날입니다 기사의 사진

제주도에서 옥한흠 목사님이 목회자 수십명과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어 뜻밖에 같은 테이블에서 옥 목사님과 마주 앉아 식사했다. 목사님을 개인적으로 뵙게 된 첫날이다.

나는 그때 제자훈련세미나에 참석해 훈련을 받고 그것을 교회에서 힘차게 적용하는 중이었다. 전도지를 들고 나가 복음을 전하는 전도 현장의 기쁨과 사람을 세우는 목회의 기쁨과 제자훈련이 목회 현장에서 얼마나 큰 힘이고, 기쁨이고, 생명인지를 전해드렸다. 목사님은 빙긋이 웃으며 들어주셨다. 그 다음 주일 설교 시간 목사님이 내 얘길 하셨다고 들었다. 신도가 우리 교회 권사 수도 안 되는 교회의 젊은 목사가 내 기를 다 죽여 놓았다고 조크를 하며 당신을 통해 흘러간 제자훈련이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예로 든 것이다.

타인에게 늘 따뜻하셨던 분

그 후 목사님은 뵐 때마다 따뜻하게 손을 잡고 격려해 주셨다. ‘파이프 행복론’을 출간했을 때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옥 목사님 전화를 처음 받은 날이다. 책을 읽었다고 하면서 조 목사는 그쪽에도 은사가 있는 것 같은데 글로도 한국교회를 섬기라는 뜻밖의 분에 넘치는 격려를 받았다. ‘말의 힘’을 출간했을 때도 또 전화를 해서 격려해 주셨다. 며칠 전 새 책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전화를 받지 못할 것 같다. 이제 다시는 목사님의 격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큰 재난이 나서 구호를 나갈 때 급하면 옥 목사님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면 고생이 많다고 하면서 건강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교회를 통해 즉각 몇 만 달러를 지원해 주셨다. 옥 목사님 하면 제자훈련이란 인식이 너무 강렬해 어려운 사람들을 향한 옥 목사님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옥 목사님의 마음은 늘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가 있었다. 2003년 캄보디아에서 김정영 선교사와 이야기를 하다 뜻밖에 옥 목사님 마음이 캄보디아 고아들과 어려운 아이들에게 많이 와 있음을 알게 됐다. 목사님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수만 평의 대지를 구입해 주기도 했다.

목사님은 만날 때마다 우리 교회 상황을 물었다. 어쩌면 우리보다 우리 예배당 걱정을 더 많이 해 준 분이다. 내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도 교회 사정을 묻고 함께 마음을 써 주셨다. 옥 목사님은 한국교회의 목사님이었다. 한국교회를 너무나 사랑했기 에, 그 사랑하는 교회가 사람들에게 조롱과 조소를 받는 것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안타까워한 분이다. 때로 한국교회가 목사님에게 큰 짐이 되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목사님을 내려 누르기도 했다.

목사님은 한국교회를 품에 끌어안고 사셨다. 사랑의교회 목회만 하셨다면 어쩌면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목회자들을 향해서 옥 목사님이 한 설교 초반에는 한국교회의 실상과 한국교회를 향한 따가운 질책이 들어 있다. 이러면 안된다고 절규한다. 설교가 중반을 넘어 끝을 향하면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예수가 소망이라고 예수를 전한다. 예수가 있기에 그래도 교회가 소망이라고 우리 다시 일어나 교회를 세우자고 감싸 안으며 설교는 끝난다.

하나님 품안에 안식하시길

옥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검은 정장을 입고 집을 나왔다. 대학원을 다니는 큰딸이 전화를 했다. “아빠, 오늘은 기쁜 날이에요, 천국에서는. 오늘 하나님이 옥 목사님을 맞으시면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어요. 얼마나 많이 칭찬하시겠어요.” 슬픔에 차 있는 내게 딸의 입을 통해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소리 같았다. “그래요, 하나님.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옥 목사님을 품에 안고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뻐합니다.”

조현삼 (광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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