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부동산 경기의 딜레마 기사의 사진

지금 주택부동산경기는 거래자 입장에서 본다면 짙은 안개 속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움직이자니 올라가는 계단인지 평지인지 아니면 낭떠러지인지 몰라 한 발짝 떼어 놓기가 두렵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지만 건설업계의 아우성이 소란스러워 정신이 없고 정부는 계속 책임질테니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8·29 부동산 대책은 고육지책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중요하지만 좀처럼 회복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부동산 시장은 건설업계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예전부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애증이 교차한다. 경기를 부양하는데 대표선수이지만 집값 폭등이라는 후유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과거 정부들은 겉으로 보기에 상반된 정책들을 함께 쓰는 무리수를 범하곤 했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세제 지원과 주택임대사업을 권장했지만 참여정부는 정치논리에 의해 세금폭탄과 함께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공공연한 적개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더니 사상 유례없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가져왔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주택분양 및 택지공급 물량을 서울과 외곽 지역에 쏟아냈다.

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 주택 관련 세제 감면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제 지원으로 인한 거래 활성화 효과는 얻지 못한 채 종부세 감면에 따른 정치적 비난을 엉뚱하게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라는 카드로 대체함으로써 부동산 경기 침체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 원인은 가격의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공급 과잉은 겨우 일어서려는 사람 주저앉힌 격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주택 수요가 크게 늘기도 어렵다. 대표적인 내구재이면서 동시에 투자재인 주택의 특성상 저출산이 지속되면 신수요가 창출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고령화로 인해 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제 사람들은 한 달을 더 기다리면 강남 3구에서도 DTI가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일관성을 상실하고 부처 간 힘겨루기의 결과 발표되는 정책을 보면서 실거래자는 불확실할 때일수록 추후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거래 수요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90%를 넘는데 비해 자가거주율은 60%대이므로 실수요자보다는 투자 목적의 수요자에 의해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

그런 점에서 DTI 규제 완화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클 것으로 보인다.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부동산 규제보다는 금융 규제의 성격으로 봐야 하는데 이것을 이용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미 연소득의 50%를 주택 관련 빚에 할애하는 사람에게 추가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주택거래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채만 급증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은행 자율에 맡긴다면 서로 눈치 보느라 시장에서의 시차가 커질 것이고 내년 3월까지 가시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섣부른 부양책보다 건설업계가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주택시장 안정화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조율,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주택의 특성상 시류에 밀려다니는 단기적 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미스매치가 해소되도록 제도적 장치 보완과 급작스러운 공급 감소나 수요 진작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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