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공정사회의 프레임 기사의 사진

#1. 지난해 5월 26일,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 소니아 소토마요르가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 연방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 미국 내 보수층과 공화당 일각에선 ‘공정치 못한(unfair) 지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연방 대법원을 좀 더 진보적 성향으로 구성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배경엔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짙은 반감이 깔려있었다.

소수자 우대정책은 1960년 초 민권운동 이후 흑인, 히스패닉이나 아시안계,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대학입학이나 취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현실적인 불공정 상황을 정책으로 공정하게 바꾸자는 취지다. 일부 보수층(주로 백인들)의 주장은 소토마요르가 연방 대법관 자질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에도 오로지 소수자 우대정책에 따라 지명했다는 것이다. 유명한 보수논객 팩 뷰캐넌 같은 이는 소토마요르가 “남들보다 성적이 떨어짐에도 소수자 우대정책 때문에 고교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사회에서는 흑인 대통령이 나왔으니 이제는 백인을 역차별하는 이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들이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소수자 입장에서 보면 소수자 우대정책은 공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대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차별이다. 결과적으로 정반대지만 양측의 기준은 똑같다. ‘기회의 공정성’이다.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시각이나 위치 설정이 다를 뿐이다. 소수자들의 영향력 있는 활동 영역이 확대될수록 기회의 공정성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2. 오바마는 대선 후보 때 공정성(Fairness)을 상당히 강조했다. 금융의 공정성, 사법시스템의 공정성…. 그가 공정성을 강조할수록 월가나 대기업들은 점점 싸늘해졌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오바마에게는 모험이었지만, 그는 결국 당선됐다.

취임 이후 오바마는 사회적 약자 배려 정책을 취함으로써 공정성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그는 사회적 공정성 확보의 관건을 교육에서 찾았다. 빈부 격차 심화, 약해지는 국가 저력, 정치적 무관심 등이 교육 부재에서 온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1일 한 행사에서는 “미국 고등학생 3명 중 1명, 그러니까 매년 100만명이 중퇴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라고 황폐화된 교육을 지적했다. 가난하거나 사회적으로 뒤처진 가정의 아이들이 초중고를 중퇴하고, 이들이 다시 가난과 질 낮은 삶을 이어가며 악순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3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교육개혁정책인 ‘최고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RT3)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그가 교육에 특별히 관심 두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이 보다 공정한 사회를 가능케 하며, 그 이유는 바로 ‘패자부활전’이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파악해서다.

그는 지난해 9월 8일 한 고등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잘하는 능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교육이다”고 말했다. 고교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면 경쟁에서 한두 번쯤 지더라도 패자부활전으로 자기 영역을 복구할 수 있으며, 이는 공정한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봤다.

각종 편법과 의혹으로 낙마한 우리의 총리 및 장관 내정자들. 외교부 장관 딸의 채용 특혜. 정말 ‘불공정한 사회’에 딱 들어맞는 사례들이다. 이런 불쾌한 일들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시점에 불미스런 사례들이 드러나 공정한 사회의 프레임이 정치적 시각으로만 고착될까 우려스럽다. 사람 불러다 조사하고, 쳐내고, 이를 또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공정한 사회 프레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의 공정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원활한 패자부활전에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황당했던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는 좀 다를 것 아닌가.

김명호석 워싱턴=mh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