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진실 감추기 게임? 기사의 사진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논란이 이인규 변호사의 애매모호한, 그러면서도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언급으로 다시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당시의 대검 중수부장이 수수께끼 같은 말을 흘렸으니 정치권이 콩 튀듯 팥 튀듯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라 하겠다.

‘중앙선데이’ 인터뷰 기사는, ‘차명계좌’라고 규정할 만한 것은 아니나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은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렇든 저렇든 노 전 대통령 관련 ‘돈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건이다. 게다가 ‘노무현 재단’ 측의 조 청장에 대한 고소 고발로 어차피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어 있다. 설령 검찰이 이번에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변호사의 말처럼 10년 후에는 관련 수사기록이 공개될 것이다. 그 전에 정보공개가 이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왈가왈부할 까닭도 필요도 없다.

출석 막아놓고 불출석 고발?

그러나 이 변호사가 지난달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출석한 데 대해 “야당도, 여당도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은 아무래도 귓등으로 들어 넘기고 말 일이 아닌 것 같다. 총리 후보 인사청문특위는 지난달 27일 여야 합의로 이 변호사에 대한 고발을 의결했다. 이 변호사는 “그게 무슨 경우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정말 출석을 말렸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겠다.

“지금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도 최소한 1만 달러를 박연차 전 회장한테 받았다고 내가 개런티(보증)할 수 있다.”

증인 채택을 해놓고서 나오지는 말라고 한 까닭이 거기에 있었을까? 민주당 측이 더 격렬하게 또는 윽박지르듯이 이 변호사의 발언을 반박하는 게 이 때문일까?

“솔직히 말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여럿 정도가 아니라 많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중도에 종결됨으로써 이 사건에 연루된 ‘많은’ 정치인의 비리가 파묻힐 수 있었다는 뜻이겠다. 이 변호사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증언하면 관련 정치인들의 비리가 드러날 테니까 여야가 한통속이 되어 뒤로는 불출석을 종용하고 앞으로는 고발을 의결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치인들의 야비함이 마침내 상상력을 뛰어넘는가.

그래서 말인데, 정치권의 모모한 인사들은 이 변호사를 윽박지르기만 할 게 아니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야 옳다. 떳떳하다면 그러는 게 정치인들 스스로의 명예와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길이다. 혹 정치인들이 마냥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 같아 켕기기라도 한다면 이 변호사의 말을 아예 못 들은 양하든가.

겁나면 목소리가 커진다는데

인사청문회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청렴의무는 청문대상자만이 져야 할 것이 아니다.

“과연 따지고 파헤치고 폭로하고 호통 치는 의원들 모두는 청렴하고 결백하기만 할까?”

객쩍기는 하나 가끔은 정말 진지하게 그런 의문을 갖게 된다. 자격 없는 사람은 청문위원으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참여하는 청문회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아직은 이 변호사의 주장(그것도 비보도를 전제로 한)일 뿐이지만, 증인 입막음 따위의 잔꾀를 부릴 생각 같은 것은 말고.

차제에 국회와 각 정당은 이 변호사에게 증인 출석을 말리거나 저지한 사람이 있는지를 조사해서 밝혀야 옳다. 인사청문회의 의의를 심대하게 훼손할 수 있는 이 언급에 말로만 대응하는 것은 정면 대응을 꺼릴 사정이 국회 또는 정당에 있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자칫 두려움의 표현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걸핏하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는 자체 조사를 마다할 까닭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가 껄끄러우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든가 이 변호사를 고발하면 된다. 국회와 정당들은, 어느 쪽으로든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 보여줄 의무를 지고 있다.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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