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메밀의 대궁도 보라 기사의 사진

가을 메밀은 봄의 유채와 더불어 계절을 대표하는 스냅사진이다. 그런데 메밀을 대하는 일반의 느낌은 좀 다르다. 메밀묵을 먹을 때는 떨떠름하다가 이효석의 소설에 와서는 한없이 고양되는 것이다. 음식과 문학의 차이일까.

메밀의 덕목은 강인한 생명력이다. 강원도가 메밀산지가 된 것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속성 때문이다.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한 1936년에는 봉평은 물론 전국에서 메밀을 심었다. 철따라 심는 것이 아니라 가뭄으로 일반 작물이 파종기를 놓쳤을 때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이 메밀이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두세 달이면 수확할 수 있으니 대파(代播) 작물로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만 좋아하지 열매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효석의 글도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라는 비유에 무릎을 치면서 뒤따르는 문장은 버린다. ‘(메밀의)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아름답지 않은가.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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