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불곰의 겨울잠은 길다 기사의 사진

전 세계에는 8종의 곰이 산다. 남미에 사는 안경곰과 동남아시아에 사는 말레이곰을 제외하면 모두 몸집이 크고, 호랑이나 사자처럼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동물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힘세고 무서운 곰은 누구일까. 북극의 설원을 지배하는 북극곰, 아니면 깊은 산속의 은둔자 자이언트 팬더?

아니다. 아시아 유럽 북미까지 가장 넓은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불곰이다. 불곰은 북극곰처럼 100% 육식을 하지도 않고 1년의 반은 굴속에서 겨울잠을 자지만 몸무게는 600㎏이 넘고, 뒷발로 서면 키가 3m에 육박할 정도로 몸집이 크다. 성질도 사납다.

불곰이 큰 몸집과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은 먼 옛날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곰들이 살던 숲이 줄어들어 초원으로 바뀌면서부터였다. 나무가 없어지면서 몸을 숨길 은신처를 잃어버린 대신 초원의 풀을 먹고 사는 사슴이나 영양과 같은 새로운 먹이가 나타났다.

먹을 것은 많지만 숨을 곳이 사라진 초원에서 어미 곰들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더 크고 힘이 세어져야만 했다. 그래서 숲으로 돌아간 검정곰보다 초원에 남은 불곰의 몸집이 훨씬 커졌고, 새끼를 기르는 기간도 검정곰이 1년 반인데 비해 불곰은 2년 반으로 길어졌다.

불곰들은 혼자 살면서 자신의 영역 경계에 있는 나무줄기를 긴 앞발의 발톱으로 긁어서 영역을 표시하고, 냄새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몸으로 하는 표현 기술은 뛰어난 편이 못된다. 굳이 동물 행동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개가 귀를 젖히고 이빨을 드러내 보이면서 낮게 으르렁거린다면 일단 퇴로부터 확인하지만, 사람 몸무게의 10배나 되는 거대한 곰은 머리를 낮추고 입을 벌리는 것이 표현의 전부이다. ‘나는 공격을 원하지는 않지만 만약 공격을 당한다면 가만있지는 않겠다’는 표현인데, 이 미묘한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무서운 불곰들도 기온이 떨어지고 먹이가 없어지는 겨울이 오면 겨울잠을 자야 한다. 불곰의 겨울잠은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불곰은 겨울잠을 자는 6개월 동안 오줌을 누지도, 똥을 싸지도 않는다.

사람의 신부전증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노폐물과 함께 신장에 모인 오줌을 불곰들이 몸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재활용해서 사용하는지를 연구하고 있고, 우주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해서 오랜 기간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뼈가 약해지지 않는 방법을 겨울잠을 자는 불곰에서 찾고 있다.

불곰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심혈관 질환이나 비만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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