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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조현오 경찰청장과 G20

[데스크시각-고승욱] 조현오 경찰청장과 G20 기사의 사진

경찰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동기 중 첫 경무관, 첫 치안감, 첫 치안정감. 최근 명예퇴직한 윤재옥 경기경찰청장의 경력이다. 이 화려한 경력에 ‘권력투쟁의 희생자’라는 해설을 뿌리며 물러났으니 사뭇 비장함마저 준다.



사실 이번 경찰 수뇌부 인사를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 해설도 각각이다. 역시 인사권자의 눈도장을 받아놓는 게 최고라는 지근거리설, 차기 청장은 이미 결정돼 있다는 징검다리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빈틈없이 치르는 데 주력했다는 원포인트릴리프설, 경찰대 출신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있었고 차제에 경찰대 선두주자를 쳐냈다는 권력투쟁설….

수많은 설과 호사가의 입방아가 있었지만 인사는 단행됐다. 지방경찰청 참모와 전국 경찰서장을 포함한 후속 인사도 신속히 진행될 것이다. 잠시 흔들렸던 조직은 다시 안정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붕 떠 있던 경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생리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할까. 조현오 경찰청장은 실적주의와 성과주의를 둘러싼 논란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다. 직속상관이던 당시 조 서울경찰청장의 성과주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월 파면된 채수창 전 강북서장의 항명사건도 끝난 게 아니다. 채 전 서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조 청장은 여론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이 서울시내 각 경찰서의 성과를 평가하는 ‘경찰서 등급제’의 기준을 바꾸자 꼴찌였던 강북서는 단숨에 ‘우수서’가 됐다. 평가 기준 중에서 단속·검거 건수 평가 비중을 축소하고 시민만족도 비중을 확대하니 결과가 전혀 달라졌다는 주장도 있었다. 성과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합당한 기준을 마련해 공정하게 평가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번 인사에서도 항명파동의 후폭풍이 감지됐다. 대부분 언론은 지난주 윤 전 경기청장이 해경청장으로 승진한다고 보도했다. 이강덕 당시 부산경찰청장은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윤 전 청장은 명예퇴직했고, 이 청장은 경기청장에 임명됐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결재하지 않은 경찰 인사안이 어디선가 새어 나온 탓이다. 이 대통령이 사석에서 “강덕아”라고 부른다는 이 청장이 경찰대로 간다는 인사 내용에 깜짝 놀랐던 사람들은 발표된 최종 인사안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법적으로는 치안정감인 경찰대학장이 경찰청장으로 승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그랬다. 하지만 서울청장과 경기청장을 제친다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당초 인사안이 조 청장의 ‘희망’에 불과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열흘 전에 임명장을 받은 신임 청장과 강력한 차기 청장 후보가 공존하는 구도가 된 셈이다. 사실이 아닐지는 몰라도 조 청장에게는 이런 시각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다.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다. 보수와 진보 세력의 대립구도가 선명하고 거친 시위문화를 버리지 못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을 대처하는 방식과 다른, 차원 높은 준비와 행동이 필요하다. 그만큼 조 청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정작 조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고소고발된 상태다. 조사를 받으러 검찰청사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모양이 영 아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관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사 과정에서는 조직적 항명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산만해진 경찰 조직의 화합도 시급하다. 마음이 앞서면 치밀하지 못할 수 있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정신없이 뛰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는 말도 있다. 조 청장의 분발을 바란다.

고승욱 사회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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