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좌로만 가는 민주당에게 기사의 사진

민주당은 지난 9일 있은 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을 통해 진보 좌파 정당의 색깔을 더욱 짙게 했다. 16명의 후보 중 본선에 나갈 9명을 압축한 이 예선에서 진보 노선을 분명히 해온 최재성, 백원우 의원과 이인영 전 의원 등 이른바 486 노무현의 사람들이 전원 당선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뉴 민주당 플랜 등으로 중도실용 노선을 외쳐온 중진 김효석,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인 추미애 의원은 고배를 들었다.

이번 예선에서는 486뿐 아니라 빅3에 속하는 정세균, 손학규 후보가 노무현의 진보 노선을 계승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노무현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동영 후보마저도 친노세력을 비판한 데 대해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설자리 없어진 중도노선

이에 앞서 지난 6·2지방선거에서도 안희정씨가 충남지사에, 이광재씨가 강원지사에, 김두관씨가 경남지사에, 송영길씨가 인천시장에 각각 당선되는 등 노무현의 사람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 좌파 성향의 후보들이 교육감으로 대거 선출됐다. 기자가 일찍이 내다본 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당을 접수하여 진보좌파 노선의 유훈통치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5월 17일자 칼럼).

기자는 솔직히 진보 좌파 정권 10년을 거쳤지만 보수 일색이었던 우리 국민 이념의 스펙트럼이 지금처럼 왼쪽으로 급속히 넓어지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특히 지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보수 한나라당이 압승하고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진보좌파 이념이 뿌리 내리기엔 우리 땅이 아직도 척박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무현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대승하면서 혼란을 느꼈다.

물론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고 해서 진보 좌파 이념 정당이 확실히 착근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후보들의 이념이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었다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과 여권 성향 후보들의 난립이 여당의 패배에 일조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진보 좌파 이념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많이 희석된 건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은 진보 좌파 정당이라는 라벨을 뗄 수 없게 됐고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번에 보듯 누구도 진보를 표방하지 않으면 우선 당내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없다. 또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본 민주당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까봐 오른쪽은 쳐다보지도 말고 왼쪽으로,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믿게 됐다. 여기에다 야권이 구상하고 있는 진보정당 연합 같은 게 실현되면 진보 좌파적 색깔은 한층 짙어질 것이다.

守株待兎의 고사 새겨야

이처럼 좌클릭 경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 하나가 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다. 송나라 농부 하나가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걸 보고 그 다음부터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튀어나와 부딪히기만 기다렸다고 하는 한비자(韓非子)의 비유다. 우연의 행운을 필연으로 알고 그것만 바라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까 노파심에서 해본 소리다.

지금 선진국에선 진보 정당들이 보수 정책을, 보수 정당들이 진보 정책을 펼치는 등 이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어쩌면 야당 몫일 친서민 정책과 공정한 사회라는 구호를 선점하여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또 여권에서는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갈등의 해빙무드는 물론 보수대연합의 기운마저 익어가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지금 넘기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야당으로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권과 분명하게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하나 진보 좌파적 노선을 견지할 경우 자칫 친북세력으로 인식될 수 있고, 여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도 선명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뽑힐 지도부와, 특히 대표에게 이 딜레마를 헤쳐 나갈 지혜와 리더십을 기대한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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