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병규] 공정사회, 공정경제의 길 기사의 사진

공정 사회에 대한 담론이 한국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른’이다.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할 때 담겨져 있는 뜻은 ‘억울한 것이 없는’ 상태다. 모든 생활 영역에서 ‘공평하고 올바르게 일이 처리되어 억울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회’가 공정 사회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특별 채용은 불공평한 규정과 편법에 의한 일처리로 억울한 사람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정 사회가 되어야 사회 불만이 사라지고 구성원 간 화합이 이루어져 공동체의 활력이 높아진다. 공정 사회 논의는 자연스럽게 공정 경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 경제는 공정 사회를 실현하는 바탕이 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물질적 혜택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상대적 불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정 경제란 모든 경제주체의 행복과 만족도를 높여주는 경제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문제는 공정 경제를 실현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데 있다. 인간 욕망은 끝이 없는데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까닭이다. 경제는 근본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율적인 활동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동선을 강요할 수도 없다. 요즈음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첫 장에서 제시된 ‘가격 폭리’에 대한 사례는 이러한 고민을 잘 설명해준다. 태풍이 몰아친 지역에서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생필품을 비싸게 파는 것이 ‘공정 가격’에 해당하느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급 원리를 중시하는 친시장주의자들은 높은 가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사회적 양심을 강조하는 법률가들은 ‘가격폭리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분개한다. 높은 가격은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 되어 결국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소비자 효용도 높아진다는 것이 시장을 중시하는 이들의 논리다.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을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공정 경제의 이론적 기준의 하나는 ‘파레토 최적 상태’다. 이는 누구도 다른 사람을 나쁘게 하지 않고는 좋아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도달 불가능하다. 동일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나 기업이 완전 정보 상태에서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경쟁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후적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전적 과정을 중시해야 ‘공평하고 올바르며 억울하지 않은’ 공정 경제를 그나마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취업에서 학력, 나이, 지역 차별 등이 사라져야 하고 우리 경제 곳곳에서 특정 이익 집단이 유무형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 힘들이지 않고 이익을 지속적으로 향유하는 ‘지대 추구 행위’도 근절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보의 투명성과 형평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기관과 소비자들 간에 정보 소통이 원활해야 상호 불신과 원망이 사라지고 건전하고 역동적인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

셋째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원칙과 규정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여 미래 예측이 가능한 신뢰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불법과 탈법 그리고 편법이 판을 치면 부당한 이익이 창출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며 빈부 격차가 심화된다. 법과 제도가 준수되려면 반드시 공평무사한 심판관도 존재해야 한다. 정치권력이나 재력에 편승하지 않고 부당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고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법 기능이 온전해야 공정 사회와 공정 경제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두 가지 요소로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 기능과 ‘이타적인 도덕성’을 갖춘 완벽한 인간을 상정했다. 공정 경제의 조성은 시장의 활력과 인간의 윤리성을 제도적으로 결합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