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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장정과 방위병

[김성기 칼럼] 장정과 방위병 기사의 사진

“군대가 수단 좋은 사람은 빠지고 별 볼일 없는 군상만 모인 곳일 수는 없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1974년 봄날 고향 학교운동장에 모여 군용 열차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논산훈련소로 떠났다. 미리 머리를 빡빡 밀고 입소해야 군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선배들 말에 그대로 따랐다. 호송장병 눈초리에 주눅이 들어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논산훈련소 수용연대에 도착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하루 이틀이 지나도 군번이 나오지 않았다. 입소 장정들이 너무 많아 기다려야 한다며 매일 노역을 시키거나 신체검사, 정훈교육 등을 받도록 했다.



수용연대에서는 아무리 오래 있어도 군번을 받지 못해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날이 갈수록 맥이 빠졌다. 수용연대 담장 밖으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한 방위병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주위 친구들이 가능하면 현역에서 빠지려 했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수용연대에서만 2주일을 지냈다.

34개월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무렵 국방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하고 자신감도 들었다. 그래도 3년 휴학기간은 아쉬웠다. 가족 관계 또는 여타 사정으로 군복무를 면제받거나 방위 근무를 한 친구들에 비해 사회진출이 늦어졌다는 조바심도 들었다. 훗날 72학번 동기생들의 행로를 짚어보면 이런 조바심이 기우만은 아니었다. 빠른 졸업과 취업, 결혼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었지만 출발선은 달랐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입대하기 전 마음의 갈등이 더 심하리라고 짐작된다. 일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군복무를 기피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손가락을 절단하는 행위는 오래 전 수법이고 어깨를 탈골시키거나 정신병자로 행세해 병역 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은 선수들과 연예인이 여러 명 적발됐다. MC몽이라는 가수는 생니를 뽑아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경찰이 내사 중이라고 한다(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일부라지만 인기인들의 기피 행위는 일반인들에게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적발된 사례가 적을 뿐이지 현역에서 빠진 연예인이 유흥가에 널려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모두가 병사들을 주눅 들게 하는 요인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를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주는 병역특례혜택도 비슷한 이유에서 조심스럽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한때의 국민적 열기와 성원에 편승해 혜택을 남발하게 되면 오히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현역병들은 업무의 경중을 떠나 장기간 영내에 머물면서 규율 속에 갇혀 일반 사회와 격리된 채 복무해야 한다. 자칫 타인과 비교하며 감상에 젖거나 소외감에 빠질 소지도 없지 않다.

군대가 수단 좋거나 능력 있는 사람들은 빠지고 별 볼일 없는 군상만 모인 곳은 절대 아니다. 건장한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모형제를 떠나 일정 기간 희생으로 복무하는 곳이 군이다. 현행 징병제는 일정 연령에 이른 남성에게 국토를 지키는 병역의무를 지워 군대에서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복무를 강제하는 만큼 의무를 다한 유공자들에게 적절한 범위에서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보상으로 인해 남녀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가산점 제도 재도입을 건의했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내린 위헌결정을 감안해 가산점 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가산점 합격자 상한선을 두어 위헌소지를 없앴다고 한다. 그래도 여성단체들의 군가산점 반대는 여전하다.

군필자는 징병제의 강제에 따라 학업과 기술훈련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며 장기간 군복무를 수행했다. 가산점을 통해 이런 불이익을 모두 보상할 수는 없겠지만 나라를 위한 군복무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상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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