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이영미] 베트남 신부 실종기 기사의 사진

지난달 베트남 신문 ‘푸느’ 기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한국에서 베트남 신부가 실종됐다는 내용이었다. ‘중개업자의 괴롭힘과 살해 협박’이라는 제목의 8월 6일자 신문기사도 첨부됐다. 몇 시간 뒤 다시 메일이 왔다. 어조가 다급해졌다. “실종자가 쉼터에 있는 걸로 확인됐다. 제발 상황을 알아봐 달라.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 정신병자인가?”



발신자는 지난 7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씨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베트남 현지 반응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뒤늦은 답장에 대답 대신 새로운 실종자 이야기를 전해준 것이다. 사연은 전형적이다. 한국말 못하는 22세 베트남 신부, 성관계를 강요하는 39세 한국인 남편, 악덕 결혼 중개업자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한국 도착 직후, 남편 폭행은 시작됐다. ‘밤 봉사’를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신부는 “집에 보내 달라”며 울었고, 남편은 “결혼비용 3000만원을 토해 내라”고 윽박질렀다. 중개업자가 나섰다. 여권을 빼앗고, 두들기고, 살해 협박을 했다. 결국 신부는 도망쳤다.

쉼터에 확인해보니 얘기는 달랐다. 지난 1월 한국인 남편 C씨와 결혼한 뒤 6월 한국에 온 베트남 신부 P씨. 말 안 통하고 한국문화가 낯선 P씨는 잠자리 문제로 C씨와 티격태격했다. 한 달 뒤 신부는 말없이 사라졌다. 폭행에 대해서도 주장은 엇갈렸다. 아내는 맞았다는데 남편은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쉼터 설명은 그 중간쯤이었다. “손은 올린 것 같더라.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폭행은 아닌 것 같다.”

누구 설명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다. 쉼터 측이 거절해 P씨 이야기도, 남편 해명도 직접 듣지 못했다. P씨 마음이 안정되는 것, 그녀가 최선의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 쉼터의 존재가치가 그런 것이라고 했다. 쉼터 관계자는 “비슷한 사정의 베트남 여성도 남편과 화해해 잘 살고 있다. 중개업자는 경찰이 조사할 거다.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P씨는 아직 쉼터에 있다. 중개업자는 입건됐지만 남편은 수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P씨는 합의이혼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하거나, 혹은 남편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심지어 P씨는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한 그 남편과 다시 한집에서 행복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쩐카잉번 베트남통신사 서울지국장은 “한국의 베트남 신부 70%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매 맞고, 때로 칼까지 맞는 한·베트남 커플의 성공률은 지국장 말처럼 낮지 않다. 자유연애로 맺어진 한국인 부부의 성공률은? 그보다 높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C씨가 경찰 결론대로 폭력남편이 아니라면, P씨가 ‘성공한 70%’에 속하지 말란 법도 없다.

진심으로 바란다. 이왕 한 결혼이다. 남편 C씨가 좋은 사람이길, 둘이 화해해 보란 듯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만큼 간절하게 또 다른 P씨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국제결혼 전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게 아니다. 고작 한두 번 만나 평생 배우자를 결정하는 날림 국제중매 얘기를 하려는 거다. 무엇보다 신랑이 누군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수천㎞를 날아오는 베트남 여성들에게는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지 묻고 싶다.

베트남 여성이 왜 말조차 안 통하는 남자를 따라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 않는다. P씨 어머니는 ‘푸느’ 기자에게 “내 치료비로 돈을 많이 썼다. 그래서 딸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벌레 보듯 피하는 신부를 끝내 붙잡는 남편들 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쉼터 관계자는 “국제결혼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든다. 그런 비용을 치르고 데려온 신부가 며칠 만에 집에 가겠다면 어느 남편이 ‘알았다’며 보내주겠느냐”고 했다. 애초 결혼이 성립했고, 끝이 그처럼 질기게 고통스러운 이유. 그건 돈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곧 국제결혼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정신병력 등 정보를 제공해 사고를 막자는 취지다. 안전장치를 만드는 건 반갑다. 적어도 탓티황옥씨 사건 같은 불행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돈이 오가는 국제중매, 나는 그게 미심쩍다.

이영미 특집기획부 차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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