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성근] 제2 개성공단은 핫산으로 기사의 사진

“연해주 중심의 경제질서 재편에 우리나라도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오늘날 시베리아 극동이라 부르는 ‘연해주’는 두만강 하구로부터 북쪽 하바롭스크까지 길게 동해바다를 끼고 뻗어있는 대륙 동쪽지역을 의미한다. 주민이 200만을 약간 넘는다고 하나, 매년 줄고 있다. 한말에는 고종이 이곳으로 이주해 망명정부를 수립하려던 지역으로, 당시는 약 30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연해주 최대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인구가 약 60만 명으로 연해주 전체인구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극동대학교 부설 박물관에는 연해주 남단 국경도시 ‘핫산’에서 발굴한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약 6000년 전의 것이다. 앞바다에서 고래를 잡았던 당시의 어구까지 진열돼 있다. 핫산은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지역으로, 함경북도와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서 발견된 미라는 함경북도 사람들의 조상일 가능성이 많다고 봐야 한다. 6000년 이전이라면 요동에서 시작된 고조선이 4200여 년 전이니까 고조선이 건국되기 2000여 년 전부터 함경도 지역에 고래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지능 있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우수리스크의 발해 유적지 발굴현장을 가보니 수십 명의 젊은 고고학도들이 800년 전 유물을 발굴하고 있었는데, 확인한 것만으로도 당시 성곽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집터가 약 1만5000채 정도 됐다고 한다. 한 집에 4∼5명을 잡으면 당시 그곳 주민 수는 6만∼7만 명은 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같이 연해주 남부지역은 역사 속에서 우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시대의 조류가 이곳에도 거세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국제질서는 이제 시베리아 철도의 극동 종착지인 핫산에서 크라스키노, 포세이트만의 자루노빌 항구, 블라디보스토크, 나홋카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돼 갈 수밖에 없다.

불과 2∼3주 전 러시아 푸틴 총리는 바이칼 인근 치타시에서 극동 거점도시 하바롭스크까지 2000㎞에 달하는 고속도로 개통기념으로 러시아제 소형 승용차를 직접 몰고 관통했다. 이는 몽골의 울란바토르와 연해주 간 주행시간을 단축시키고, 중앙아시아 지역과 극동러시아 및 태평양 항구들 간 운송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중국이 두만강 유역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푸틴은 동북개발계획 참여 의욕을 보였고, 일찍이 북한의 나진항 제3부두를 50년간 빌렸다. 나진항이 핫산에서 40㎞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시베리아의 광폭철도를 나진까지 연결시켜 놓고 있다.

중국은 훈춘에서 나진까지 고속도로를 개설하는 조건으로 나진항 부두의 일부 사용권을 확보하는 등 중, 러가 경쟁적으로 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핫산에서 훈춘까지는 불과 17km여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만강 하구의 삼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유통혁명은 새로운 동북경제질서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는 나진·선봉특구에 진출한 100여개 외국기업 중 80% 정도가 중국기업이다. 또한 북한은 원유공급의 90%, 소비물자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등 중국경제권의 영향권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러시아가 곱게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질서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러시아로서는 연해주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에 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파트너가 우리임을 실천적으로 과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대통령이 언급한 제2의 개성공단 설치는 휴전선 부근이 아니라 러시아 국경지대가 돼야 한다. 러시아정부와 조율해 핫산을 중심으로 제2의 개성공단형 공업단지 건설에 착수해야 한다.

핫산에서는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이 철도와 고속도로로 연결되고 또한 중국의 동북지방개발특구, 북한의 나진·선봉경제특구 등이 모두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동북지방 경제질서의 재편에 한국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성근 동북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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