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신용카드 과열 막아야 기사의 사진

신용카드 사용 건수와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전년 동기보다 11.6%나 늘어 총 1억1187만장을 기록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4.4장이나 된다. 대형 은행의 카드사 분사도 줄을 이어 신용카드 과열에 따른 카드대란 재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기업 부채비율 감축을 몰아붙였고 기업 대출을 대체하는 여신 대상을 찾던 은행들은 신용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 매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외환은행은 계열사인 국민카드, 외환카드 발행 카드채에 잉여자금을 쏟아 넣어 카드 영업을 독려했다. 산업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은 잉여자금으로 전업카드사인 LG카드와 삼성카드가 발행한 카드채를 대량 매입했고, 주택은행과의 통합으로 자금 여력이 늘어난 국민은행은 국민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전업카드사의 카드채도 대량으로 사들였다.

대우사태 이후 추가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로 편입된 평화은행의 막대한 이월결손금을 조기에 공제받기 위해 당시 수익성이 높았던 계열은행 카드사업 부문을 분리해 평화은행에 편입시키면서 우리카드로 간판을 바꿔 다는 꼼수도 부렸다.

길거리 모집이 확산됐고 여러 장의 카드를 보유한 연체자가 다른 회사 카드로 돌려 막는 방법이 TV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카드 연체로 쪼들리는 사람이 늘어났고 강도, 횡령, 자살 등 강력 사건의 동기로 카드 빚이 계속 거론되자 금융 당국이 채권추심 제한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때마침 등장한 휴대전화 발신자 표시와 맞물려 연체자에 대한 독촉전화 통화가 어려워지자 미수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대손충당금 부담 급증으로 카드사의 부실은 심화됐다.

전업카드사 중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증자로 위기를 넘겼고 국민카드, 외환카드, 우리카드는 계열 은행의 품속에 안기는 흡수합병을 통해 부실을 감추고 넘어갔다. 합병 과정에서 카드사의 대손을 합병은행으로 넘겨 법인세를 줄이려던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이를 분식회계로 규정해 중징계하면서 김정태 행장이 퇴진하는 사태도 유발됐다.

금융상 도움을 받을 계열사가 없었던 LG카드는 반기업 정서로 연대를 맺고 있던 일부 시민단체와 집권세력에 들볶여 LG그룹이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LG증권까지 넘겨주는 불운을 겪었다. 카드채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산업은행, 농협,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의 채권단은 LG증권은 우리금융에, LG카드는 신한금융에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얻는 횡재수를 즐겼다.

신용카드 과열 경쟁에서 유발된 카드대란의 책임을 계열은행과 합병을 통해 회피했던 대형 은행이 근래에 와서 다시 카드사 분사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정당성은 금융 당국이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은행 예금은 예금보험료를 부담하는 예금보호 대상이지만 신용카드 사업을 통한 은행의 위험 증폭에 대해서는 예금보험료가 추가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는 이러한 추가적 위험 요인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인데 그 도입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현재로는 은행의 신용카드 과열에 따른 손실이 국민 혈세로 전가될 위험이 상존한다.

신용카드 과열은 가맹점 수수료가 너무 높아 발생되는 측면도 있다. 국세청이 과세자료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를 강제하는 상황임을 감안해 가맹점 수수료를 적절히 인하해야 한다. 카드 가맹점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 사업자다. 정부의 서민 대책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도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수수료율은 조정돼야 한다.

신용카드 과열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중소기업 등 기업 여신 비중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등 손쉬운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유망 중소기업과 우량 대기업을 찾아나서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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