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불법체류하면서 타일공으로 살아왔던 50대 한국인이 적절한 병원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 교민 사회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황명열(51)씨는 지난달 27일 시드니시내의 한 친구 집에서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숨져 불법체류의 삶을 마감했다.

서울에서 타일공으로 일했던 황씨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관광비자를 받아 호주에 입국한 뒤 그동안 타일공으로 공사현장을 전전했다.

주택이나 빌딩 건설현장에서 타일을 붙이면서 많은 먼지를 마셔야 했고 급기야는 폐질환을 앓았지만 불법체류자기이기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병원을 가고 싶어도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져 강제출국될 것을 우려한 그였다.

급기야는 숨지기 수주전에는 씻지도, 먹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동료들은 그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무작정 타일공 등의 노조인 건설삼림광산에너지노조(CFMEU)를 찾아가 "그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CFMEU는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민시민부에 임시체류비자를 신청하기로 하는 한편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기로 했으나 그는 CFMEU에 도움을 청한 다음날 안타깝게도 숨지고 말았다.

미혼인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도와줬던 CFMEU 조직부장 고직만씨는 "CFMEU 관계자들과의 면담시 황씨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손을 쓰지 못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12년간 일했으면서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임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아 연금혜택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그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면서 시신을 한국으로 옮길 수 없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의 주변사람들과 종교단체에서 장례비 모금에 들어가 장례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마련했다.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총영사 김진수)도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급적 신속하게 부검 등을 마무리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주위 동료들은 황씨에 대한 부검과 화장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장례식을 가질 예정이다.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0일자에 황씨의 사망사례를 전하면서 영세한 건설업자들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타일공 가운데 70%는 한국 출신으로 이들 상당수가 합법적인 비자없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이탈리아나 그리스, 레바논 출신 이민자들이 주로 맡았던 타일이나 페인트, 합판 등 건설관련 직업을 한국 등 다른 나라 출신자들이 떠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앤드루 퍼거슨 CFMEU 뉴사우스웨일스주 사무국장은 "황씨 사망 사건은 개인적인 비극을 떠나서 불법체류자 고용과 저임금 지급 등 건설현장에서의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주정부에 이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단속을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주정부는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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