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열] 재난 관리능력이 국력이다 기사의 사진

“컨트롤 타워 강화해 대형 재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틀부터 마련해야”

103년 만의 가을 폭우에 서울은 난장판이 되었다. 시간당 100㎜ 넘는 물폭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광화문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저지대 주택과 도로를 침수시켰다.

추석 연휴 첫날 몰아친 기습공격에 기상청은 넋을 잃었고, 허를 찔린 정부는 이재민 가구당 100만원의 현금을 긴급 지원했다. 오랜만에 보는 기민함이긴 하나 반(半)지하나 저지대에 거주하다 침수 피해를 당한 1만여 이재민들의 깊은 한숨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기온이 상승하여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는 한반도 기후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니 더욱 심란하다.

지진, 폭우, 태풍, 한발 등의 자연재난으로 인해 가장 위험한 도시는 어디일까. 국제적 재보험사인 뮌헨리(Munich Re)에 따르면 세계 50대 도시 중 자연재난 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도쿄로서 710점이고, 그 다음이 샌프란시스코로 167점, LA 100점, 오사카, 고베 및 교토지역이 92점, 뉴욕 42점, 런던 30점, 파리 25점인 반면, 서울의 위험지수는 15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위험의 확률과 실제 피해는 다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사회적으로 공평하지도 않다. 자연재난도 사회적인 환경이나 관리의 취약성과 긴밀하게 결합하여 그 피해가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리히터 7.2 규모의 일본 한신대지진에 비해 비슷한 진도의 중국 쓰촨성 지진의 희생자 수가 10배 이상 더 많았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주거비가 싼 해수면 아래 뚝방 동네에 밀집 거주한 흑인층에 집중적인 피해를 주어 미국의 인종 간 불평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고, 수습과정에서는 초강대국에 걸맞지 않은 재난행정의 비효율과 무능함을 드러내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래서 개인이든 국가든 그 능력과 발전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로 위험을 다루는 능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위험 요소를 가늠하고 대비하는 능력뿐 아니라, 사후 복원 능력도 꼼꼼하게 보아야 한다.

국제적십자연맹에 의하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북한의 자연재난 사망자는 무려 38만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인 인도네시아의 2.5배, 남한의 200배나 많은 수치였다. 이 기간 동안 한반도를 통과한 태풍이나 비구름이 몽땅 북한으로만 몰려갔을 리 없으니, 필경 이런 차이는 북한 정권의 정책 실패와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빼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우리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우리는 풍수해 예방은 토목기술로 해결하고, 가스나 전기사고는 각각 ‘안전공사’를 설치하면 되며, 화재는 소방방재청에 맡겨서 해결한다는 대증처방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같은 복합적 재난에서는 ‘조직화된 무책임성’이 넘쳐난다. 100만명 자원봉사자들의 훈훈한 기름제거 작업으로 인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사회경제적 복원 시스템은 엉망이었다.

11만여명 태안 주민들은 3조700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반면, 선주나 삼성중공업, 보험사, 그리고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과 정부가 지난 3년 가까이 한 일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었다. 그 와중에 스스로 피해를 증명할 능력이 없는 영세어민들부터 보상에서 배제되었고, 절망한 네 명의 어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는 뒤늦게 ‘추가기금협약’에 가입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일이다. 그래야 사회경제적 위험을 관리하는 복지정책과, 재난을 관리하는 방재정책을 연계하고, 개인이나 기업, 혹은 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재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각 부처의 위험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영국 총리실 전략기획국의 역할은 그래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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