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권 지폐속 ‘계상정거도’ 실린 보물 서화첩 훼손… 책임 논란 기사의 사진

1000원권 지폐에 실린 겸재 정선(1676∼1759)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등 조선시대 서화가 수록된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이 상당 부분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훼손 경위를 두고 개인 소장자와 위탁을 맡은 국립중앙박물관,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유물 소장자인 이용수 모암문고 대표는 27일 본보에 훼손 상태를 공개했다. 확인 결과 진적의 표지가 뜯어져 너덜너덜한 상태이고, ‘계상정거도’의 중앙 위아래 배접이 찢겨 있는 등 훼손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이 대표는 “2008년 7월 문화재청이 진위를 가리기 위해 과학감정을 실시한 이후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퇴계 이황(1501∼1570),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과 겸재의 그림 등을 모아 엮은 ‘퇴우이선생진적’은 조선시대 뛰어난 문장과 그림으로 이뤄진 서화첩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1975년 5월 1일 보물로 지정됐다. 소장자인 이 대표는 2000년 2월 전시 및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 포함한 14건 4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했다.

그러다 2007년 ‘계상정거도’가 1000원 신권 지폐에 실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 이동천 전 명지대 교수가 ‘진상(眞相)’이라는 화집을 통해 “계상정거도는 원본을 보면서 베낀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2008년 7월 24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과학감정을 실시했다. 휴대용 형광X선 분석기로 낙관과 지질의 검출성분 등을 조사한 결과 진품으로 결론이 났다.

국가지정 문화재를 감정할 때에는 소장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 사실을 7월 29일자 소인이 찍힌 우편으로 뒤늦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 결과도 곧바로 공개하지 않아 의문을 낳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소장자에게 보낸 우편물이 반송돼 다시 보내다 보니 늦어지게 됐고, 진품이라는 최종 결론은 지난 15일에 났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9월 겸재 250주기 특별전을 열면서 ‘계상정거도’ 등을 출품했다. 진위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지난 15일에 났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위작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유물을 전시한 셈이다. 박물관 측은 “문화재위원회에서 진품이라는 잠정 결론이 났기 때문에 출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기탁한 유물을 돌려받은 이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에 훼손 경위를 물었으나 뚜렷한 대답을 얻지 못해 지난 14일 감사원에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 대표는 “과학감정 과정에서 배접을 떼어내다 보니 진적이 누더기가 되고, 성분 검출 때문에 ‘계상정거도’ 상단 왼쪽 먹선 일부가 지워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박물관과 소장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비파괴 감정이 원칙이기 때문에 감정 때 유물 훼손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문화재위원회 모든 분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훼손은 말도 안 된다”면서 “소장자에게 반환하기 직전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면 훼손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물 ‘퇴우이선생진적’의 훼손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인가. 주사위는 소장자의 진정서를 접수한 감사원에 던져졌다.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은 늦어도 다음달 말에는 결과를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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