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누리꾼에 휘둘리는 중국 기사의 사진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에서 지난 7일 중국어선과 선원이 일본 해상순시선에 의해 나포되자 중국 인터넷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일본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격적인 발언이 도배를 했다. 이후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풀어주지 않자 화살은 중국 정부당국으로 향했다. “중국인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 “공산당은 뭘 하나” 등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특히 구속된 중국인 선장 잔치슝(詹其雄·41)의 부인이 실신하고 할머니가 사망한 사실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더욱 들끓었다. “항의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라”는 등 극단적인 주문이 쏟아졌다. 중국 당국이 교류중단과 각종 첨단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압박 등 대일 강경조치에 나선 것은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이 사실상 백기투항하며 잔치슝을 석방한 이후에도 누리꾼들의 강경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어업지도선을 댜오위다오에 상시 순찰토록 하는 등 강경책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말 중국의 공식적인 누리꾼 수는 3억8400만명이다. 올 들어 4억명을 훨씬 넘어섰다. 현재 설치된 개인 블로그만 2억2000만개가 넘고, 100만개 이상의 토론방이 운영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인터넷 공간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국가 정책에 대한 공격과 주문도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국내정책에서 누리꾼들의 인터넷 여론은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정책 등 경제분야부터 정치적 부분까지 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누리꾼들의 여론이 대외정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당시 대응, 남중국해 문제, 미국과 벌이는 환율전쟁 등까지 중국의 정책결정에 이들의 여론은 필수적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통제가 가능한 일반 여론과 달리 정부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경한 비판도 여과 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누리꾼들의 여론은 이미 가장 중요한 정책결정자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당국도 이를 공식 시인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지난 26일 발표한 ‘2009년 인권사업의 진전’이라는 제목의 인권백서에서 “인터넷은 인민의 지혜를 모으는 새로운 채널이 됐다”고 밝혔다. 또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기 앞서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살펴보는 것이 관행이 됐다고 털어놨다.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 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 8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인터넷판 신문고’를 인민일보 인터넷에 개설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터넷 여론을 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에 지나치게 의지하면서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민족주의가 판을 치는 인터넷 여론에 일방적으로 끌려 대외정책을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자칫 패권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중국해나 댜오위다오 문제 등에 대처하면서 여론에 밀려가다 오히려 국제적인 반중 정서와 중국 위협론, 중국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역풍이 몰아친 것은 이를 반증한다.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은 “최근 중국의 대외 강경책은 지나치게 인터넷 여론에 끌려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자칫 외교정책에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당국도 내심 고민하는 모습이다. 우선 외부적으로 장기적인 국익을 고려한다면 일본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누리꾼들의 일방적인 여론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통제와 공산당의 주도적 결정으로 이끌어가던 주요 정책이 인터넷 여론에 흔들리면 자칫 체제 자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면의 칼인 누리꾼들의 인터넷 여론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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