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가학형 인사청문회 기사의 사진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내일 이틀간 실시된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및 감사원장 후보자로 두 번이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바 있다. 게다가 청와대의 인사추천위원회가 200개 문항의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받아 모의 청문회까지 한 끝에 추천한 인사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흠잡을 데 없는 청렴성과 도덕성…”을 자신하며 지명했을 것이다.

정당들도 당초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공정사회 구현의 최적임자”라고 치켜세웠고 민주당 또한 “지역화합형 인사”라며 맞장구치는 모습이었다. 그 분위기대로라면 김 후보자는 무난히 최초의 전남출신 총리가 될 것이었다.

“흠잡을 데 없다”고 하더니

그러나 지난 16일 밤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국면은 반전됐다. 야당 의원들이 다투어 이런저런 의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되더니 증여세 탈루, 딸의 대학강사 특혜채용, 고가 다이아몬드 구입, 허위재산신고 등으로 의혹이 늘어났다.

김 후보자는 충분히 해명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청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벌써 ‘고구마 총리’라는 예상 별명까지 내놨다. 고구마 줄기처럼 의혹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질문은 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그러자고 하는 청문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현미경 검증’을 공언했다고 하거니와 그러는 게 의원들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문회가 정말 이런 식으로 계속되어도 좋을까? 그간의 예로 보면 인사청문회라기보다는 흡사 특정인에 대한 ‘창피주기 경연’이다. 때론 가학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될 만큼 거칠고 무례한 장면이 빚어지기도 한다.

자연 인사청문 대상자 거의 대부분이 인격에 심한 상처를 입는다. 추궁한 사람은 금방 잊어버릴 수 있지만 당사자와 가족은 오래도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거기서 거기다. 모욕당하고, 충고 받고, 호통을 듣는 기분이 오죽할까.

과오가 있어서 당하는 것이야 자업자득이다. 그렇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훼손된 명예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총리, 장관 자리가 아무리 좋다 한들 이에 대한 보상이 될 수는 없을 듯한데, 글쎄….

물론 추궁하는 의원 잘못은 아니다. 청문위원이 된 이상 진실을 규명해낼 의무가 있다. 문제는 검증이 주로 신상문제, 이와 관련된 도덕성·준법성·정직성·윤리성 들추기에 치우치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업무수행 능력, 리더로서의 역량 등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남의 제도 흉내만 내지말고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인사권자 측에 있다. 기초적인 검증은 인선과정에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비밀주의·정실주의 인사 관행을 털어내면 가능한 일이다. 청와대 인사라인만 있는 게 아니라 경찰, 국세청, 공직윤리위원회 등 조사 및 검증 능력을 가진 다른 기관들도 있다. 인사청문회의 종가인 미국에서 외관만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철저히 배워 실천할 일이다. 세세한 검증을 거쳐 자질과 자격을 갖춘 사람을 발탁한다면 당사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중인환시리에 망신당하는 일은 없을 게 아닌가.

국회도 성숙 청문회를 위한 제도 및 방식의 개선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모르긴 해도 청문위원들 가운데 많은 수가 대중의 시선 및 반응을 염두에 둘 것이다. 자연 자극적인 이슈를 찾게 마련이다. 설령 인사권자가 제대로 검증을 않은 채 국회로 보낸다고 해도 흥밋거리 위주로만 파고들 것이 아니라 정책적 소신, 비전, 해당 지식 같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단순한 흉내 내기는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할 일이다. 그럴 자신이나 열정이 없다면 제도 자체를 포기하든가.

참,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국무총리를 선출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모양인데 차제에 이를 폐지하는 것은 어떨지. 대통령제를 버릴 게 아니라면 대단히 성가시고 어정쩡한 총리직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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