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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정태] 집값보다 안전이 우선

[데스크시각-박정태] 집값보다 안전이 우선 기사의 사진

#장면1. 경기도 부천에 사는 독자가 전화를 했다. 지하철역 인근 서민 주거지역에 성범죄자가 많이 산다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거주벨트’ 기사를 국민일보가 보도한 28일 오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성범죄자 숫자가 전국 분포 현황 표와 기사에서 각기 다르게 나와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이었다. 하나는 성범죄자 실거주지(표)이고 다른 하나는 성범죄자의 범행 장소(기사)라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같은 걸로 본 모양이었다. 그 독자는 아이들이 있어 민감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고.

“집값 떨어지겠구먼.” 사내외를 막론하고 이 기사에 대한 주변의 첫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우리 아이들을 짐승들로부터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등 예방을 촉구하려고 내보낸 기사가 ‘집값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장면2.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102년 만의 기록적인 가을 폭우로 수도권이 물바다가 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와 양천구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복구를 위해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통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양천구에서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재난지역에서 ‘부촌’인 목동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어 목동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게 이유다. 결국 양천구는 목동신시가지를 제외하고 신월동 신정동 일대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최근 정부에 요청했다.

#장면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3월 서울 강남경찰서를 상대로 강남구의 각 동별 성범죄자 인원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적이 있다. 강남서는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이와 달리 인천 부평경찰서는 같은 사안에 대해 공개 결정을 내렸다. 재산 보호? 성범죄자 현황이 공개될 경우 강남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부자들의 걱정을 대변한 것이라고 정보공개센터는 지적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사실 집값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다. 서민·중산층 대부분은 달랑 집 한 채가 자산의 거의 전부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요즘은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게 소시민의 속내다. 부자라고 다르랴. 그렇더라도 이건 아닌데…. 성범죄나 수해 예방보다도 집값이 더 중요한 세상이라니.

인식의 전환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 어느 경우라도 집값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마땅하다. 우리 자녀의 안전, 시민의 안전이 집 뒤켠으로 내몰려선 안 될 말이다. 그러려면 좀 더 적극적인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안전 청정지대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성범죄 예방 대책에 국한해 말하자면, 미국처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각 주별로 성범죄자 거주지 지도와 신상정보가 웹사이트를 통해 대부분 공개되는 것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변의 성범죄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이런 정보에 접근하는 게 너무 제한적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관할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열람을 신청할 순 있지만 번거롭고 까다롭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보건복지부의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도 과거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 데이터가 별로 없다. 30일 현재 확인 가능한 건 전국 통틀어 25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추세다. 성범죄자 검색 앱을 만들어서라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범죄자 전자지도 시스템을 온라인에 마련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래야 범죄 예방의 실효성이 높아진다. 해당 지역 집값 하락을 우려해 반발하는 건 근시안적 태도다. 가정의 안전이 깨지면 집값도 소용없다.

박정태특집기획부장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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