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서정우] 공정사회는 권력의 몫이다 기사의 사진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반칙을 예방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공정사회의 구현을 선언한 이래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공정사회를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어떤 사람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로 규정한다. 어떤 사람은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고 정의하고, 어떤 사람은 정의가 살아 숨쉬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란 출발과 과정에 있어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규정했고, 하버드대학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 교수는 “공정사회란 마이너리티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공정사회에 대한 이러한 정의들은 전적으로 타당한 개념규정들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누가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주체인가. 누가 약자에 대하여 배려하는 주체인가. 누가 반칙을 예방하는 주체인가. 누가 사회정의로 하여금 살아 숨 쉬게 하는 주체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집단이 공평한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가. 어떤 집단이 약자의 사정을 도외시하고 있는가. 어떤 집단이 반칙을 더 많이 자행하는가. 어떤 집단이 사회정의를 외면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도 함께 솔직하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한결같이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으로 낙마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외교부 특별채용시험에 합격시켰다.

국회의원들은 서민을 위한 민생법안들은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후생복지를 위해서는 여야가 야합해서 국민도 모르게 평생연금법을 통과시켰고, 거대정당들은 선거를 치를 때마다 100억원대의 흑자를 내고 있고, 비리정치인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대거 사면되고 있다.

국가기관과 대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더욱 인색하고, 야당 인사들과 진보적 사회 인사들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군 관계자들을 서둘러 징계하라고 호통 치는 작태는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공정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야당 의원들과 진보적 인사들은 군인의 징계를 요구하기 전에 천안함 사건을 촉발시킨 북한당국의 비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인 작태를 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돈이 돈을 벌고, 돈이 권력을 사고, 돈이면 명예까지도 살 수 있는 사회, 권력을 쥐면 돈과 명예까지도 거머쥘 수 있는 사회,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사회, 내가 번 돈 내가 쓰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호통 치는 사회는 공정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성실한 사람보다 수단이 좋은 사람이 더 잘 사는 사회, 실력보다는 연줄이나 배경이 있어야 출세하는 사회, 법대로 살다가는 손해만 보는 사회, 세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다.

가난한 농어촌자녀는 구조적으로 일류대학에 갈 수 없게 된 사회, 가난한 월급쟁이는 아무리 저축해도 아파트 한 칸을 살 수 없는 사회, 가난한 젊은이들은 가난 때문에 결혼하고 출산할 수 없는 사회, 노인을 천시하는 사회는 공정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0% 정도는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국민의 70% 정도가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고 갈등하고 분열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최고의 도덕이다”라고 주장하고,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국가란 구체화된 도덕이다”라고 주장하고,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공정의 반대말은 불공정이 아니고 권력이다”라고 말한다.

공정사회는 일반 국민에게 요구되는 행동규범이 아니다. 공정사회는 권력에게 요구되는 도덕률이고 윤리규범이다. 권력이 공정사회 구현의 첫 번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우(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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