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김일성 일가가 곧 국가다” 기사의 사진

“짐이 곧 국가다(I am the state).” 최근 북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새삼스레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17세기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신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왕권신수설) 신의 지상 대행자라며 법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흔히들 민주국가를 가장 함축적으로 잘 설명하는 말로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든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에 인민까지 덧칠한 국호를 가진 북한의 모습은 어떤가. “김일성 일가의, 김일성 일가에 의한, 김일성 일가를 위한 국가”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인민은 김일성 일가를 위한 통치 대상, 착취 대상일 뿐이고 절대군주로 강림한 김일성 일가가 곧 국가인 것이다.

국가가 상속되는 사유재산?

북한은 헌법 위에 자리하고 있는 노동당 규약 서문에서 “맑스-레닌주의”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를 끼워 넣었다. 또 지난해 개정된 헌법은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한 김일성 수령이 조선의 창건자이고 조선의 시조”라고 찬양하고 있다. 이 정도면 북한은 김일성 일가의 절대왕조를 넘어 김일성이 창시하여 그와 그 자손들이 대를 이어 교주 노릇을 하는 신도 2400만의 거대한 사교(邪敎)집단인 셈이다.

이처럼 사교집단의 성격까지 보태진 김일성 일가의 왕조 북한에서 “최고의 리얼리티 쇼(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펼쳐지고 있다. 26세인지 28세인지 나이도 정확지 않은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황태자로 공식 책봉되고 왕으로서 등극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이제 군 복무를 마치고 막 제대할 나이의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에 오르더니 곧바로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맡음으로써 명실상부한 북한 왕조의 2인자이자 김정일의 후계자임을 공식화했다.

지금 평양에선 김정은의 황태자 책봉을 축하하는 호화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지기수의 인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거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데도 말이다. 또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연일 그의 지도력을 찬양하는 등의 우상화 작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닮은 용모를 강조하는 것도 우상화 작업의 하나일 터이다.

김일성 일가에게 국가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 1945년부터 이미 65년간 김일성과 김정일이 대를 이어가며 신격화된 권력으로 인민을 폭압하고 착취하고 굶긴 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김정은까지 절대권좌에 앉히고 주변 권력을 그 친인척이 나눠 갖고 있다. 도대체 국가가 김일성 일가의 상속과 증여 대상인 사유재산이라도 된단 말인지.

절대왕조는 절대 몰락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그것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권력을 3대에 걸쳐 세습하는 왕조가 있다는 게 기적이다. 또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인민을 굶겨 죽이기까지 하는 독재 권력이 65년 씩 지탱하는 것은 더 큰 기적이다.

우리에게 문제는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최악의 경제 상태에서 북한의 권력 이양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김정은 체제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경제난 타개를 목표로 북한이 개혁 개방 정책으로 선회함으로써 대남, 대미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식량난이나 권력 재편에 따른 내부 불만이 고조될 경우 이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 등 군사 모험주의로 긴장을 조성할 우려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체제가 정착되기 전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김정일에게 유고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 사태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곧 국가였던 루이 14세의 절대권력이 프랑스 혁명을 잉태했다는 게 역사가들의 평가다. 국가를 사유재산으로 착각하고 무한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김일성 왕조의 몰락은 시간이 문제일 뿐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한 순간도 한눈팔 수 없는 까닭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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