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유니콘 신화의 모델 흰오릭스 기사의 사진

신화나 옛날이야기에는 상상 속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상상의 동물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 꼭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모델이 된 진짜 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흰오릭스도 머리에 뿔 하나를 가진 유니콘의 모델동물이다.



흰오릭스는 흰색에 몸집은 망아지만 하고 1m나 되는 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흰오릭스의 뿔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이니 흰오릭스를 유니콘으로 상상하기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겠다.

흰오릭스의 뿔은 한번 부러지면 다시 나지 않기 때문에 싸우거나 실수로 하나가 부러지면 한 개만 남게 된다. 한 개의 뿔만 가진 흰오릭스는 무리에서 추방당해 혼자 떠돌게 된다. 결국 뿔이 하나이고 털이 희며 옆모습이 조랑말같이 생겼으면서 항상 혼자 다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대를 이어 전해지면서 유니콘이라는 새로운 동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유니콘을 만나기 위해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흰오릭스의 뿔 2개를 묶어서 하나의 뿔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흰오릭스는 지금은 야생에서 완전히 멸종되었지만 한때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건조한 반사막지역에서 살던 사막동물이다. 그래서 흰오릭스도 낙타만큼 물 없는 환경에서 며칠 또는 몇 주를 버틸 수 있는 특별한 생리기전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생리학자 테일러에 따르면 아라비아오릭스는 물이 부족하고 더운 환경에서 체온을 46.5도까지 올릴 수 있다. 보통 포유류의 뇌라면 43도만 되어도 버티지 못하는데 오릭스는 땀 한번 안 흘리고 이 온도를 참아낸다.

오릭스는 특별한 냉방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심장에서 뇌로 가는 동맥은 머리로 들어가기 전에 그물망처럼 된 미세한 혈관으로 나눠져 비강을 지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강이 냉각기 역할을 해서 머리로 들어가는 혈액의 온도가 3도 정도 떨어지게 된다.

흰오릭스는 수분 소실을 줄이기 위해서 오줌과 변은 최대한 농축해서 내보내고, 몸에 필요한 수분의 대부분은 식물로부터 얻는다. 사막의 식물은 낮 동안은 수분 함량이 1%정도지만 밤이면 3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오릭스에게 중요한 샘물이 된다. 이외에도 흰오릭스의 넓은 발굽은 사막의 모래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해주고 흰색의 털은 태양빛을 반사시켜서 체온이 올라가지 않게 도와준다.

흰오릭스는 50도가 넘는 사막에서 생존하는 법은 알아도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결국 야생에서 멸종됐고 지금은 전 세계 동물원의 흰오릭스를 수집해 튀니지의 국립공원에 재도입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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