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칼럼] 손 대표, 국민을 보고 정치하라 기사의 사진

“무지개와 같은 7색의 깃털을 갖고 있다. 등과 날개는 녹색이고, 어깨와 위꽁지깃은 코발트색(남색), 꽁지는 흑색이다. … 머리꼭대기는 갈색이고 멱은 백색이다. …” 팔색조에 대한 두산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손학규 민주당 새 대표의 색깔을 설명하기가 팔색조의 그것을 설명하기보다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그의 경력이 그렇다. 학생 땐 민주화투쟁과 빈민·노동운동 등으로 진보였다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지내는 등 보수의 옷을 입었다. 17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진보로 회귀한 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에 선출됐다.

팔색조에 기대를 건다

다음, 대표가 된 뒤 그의 정치 노선 역시 그렇다. 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주 진보 세력의 통합을 통해 승리의 역사를 써나가겠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함으로써 확고한 진보 노선을 천명했다. 지금을 “진보의 시대”로 규정하고 “약자 편에 선 경제정책” “대북 포용정책”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국민 생활 우선 정치”를 강조하면서 “성장을 부정해선 안 되며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진보여야 한다”고 골수 진보주의자들과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와 4대강 사업 등에 신축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진보 진영 전체로부터 비판도 받고 있다.

팔색조를 닮은 손 대표의 이 같은 모습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으려는 궁여지책이다. ‘굴러온 돌’ 격인 손 대표가 집토끼인 민주당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선 진보 색깔을 더 선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이라는 잔칫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집토끼로만은 안 되고 중도세력이라는 산토끼를 잡아 외연을 넓혀야 하기 때문에 그쪽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손 대표의 이러한 이중 플레이는 ‘따뜻한 아이스크림’처럼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로부터 ‘사이비’로 버림받을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그러한 이중 플레이가 성공한 예가 있다. 덩샤오핑의 중국 개혁 개방 정책이다. 서로 모순돼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정치적 공산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를 접목시켜 보잘것없던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의 반열에 올려놓지 않았는가. 덩은 “쥐만 잡으면 됐지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는 이른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극좌 노선의 반대파들을 제압했다.

이념의 벽을 뛰어 넘어라

손 대표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비호남에 한나라당 출신이자 원외라는 점, 그리고 당내에 확고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는 점 등이 당을 이끌어 가는 데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핸디캡 즉 비호남에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 등이 오히려 외연을 넓히는 데는 메리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핸디캡에도 당원들이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당 대표에 선출된 뒤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자리 숫자로 급상승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손 대표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진보”를 외치는 데에 기대를 해본다. 모든 사안을 진보냐 보수냐의 2분법으로 나누지 말라는 그의 말에도 동의한다. 지금 우리는 이념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현실 정치라는 게 원리주의자들이 외치는 것처럼 목수가 먹줄 튕겨 대패질하듯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잘 살게 하면 됐지 그게 진보면 어떻고 보수면 어떻단 말인가. 그래서 기자는 팔색조보다 더 현란한 손 대표의 색깔을 시비하기보다는 거기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손 대표에게 당권은 대권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일 것이다. 그로선 중도 세력을 껴안을 수밖에 없다. 중도 세력을 껴안는 과정에 당내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손 대표가 물론 집토끼를 놓치지 말아야겠지만,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은 당보다 국민, 특히 중도 세력이다. 중도 세력의 확보로 그의 국민 지지율이 높아지면 당도 결국은 그를 대권 후보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화종부사장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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