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병규] 국내 M&A 활성화 과제 기사의 사진

국내에 대규모 인수합병(M&A) 시장이 열리고 있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현대건설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대형 기업들도 뒤를 이을 예정이다. 국내 거대 인수합병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국내 M&A 거래는 시기적으로 크게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 하나는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봉착한 국내 기업들이 주로 외국 자본에 헐값으로 팔리게 된 점이다. 또 하나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에 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을 매각하는 것이다. 최근에 전개되는 인수합병 거래는 후자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한국 M&A 시장이 아직도 외환위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국내 인수합병 시장이 더욱 성장해 나가려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은 외환위기의 아픔을 청산하는 대형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고, 다음은 국내 경제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소규모의 상시적인 M&A 시장을 육성하는 일이다.

일단 지금 추진되고 있는 대형 M&A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인수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국내 M&A 경험에 의하면 규모가 크고 관심이 많았던 경우일수록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결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M&A는 매각 후에 억울함과 불만을 낳게 하고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을 안겨준다. 국내 인수합병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여 기업과 국가 경제에 실익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내걸거나 참여 자체를 봉쇄하는 특별 기준을 설정하면 불필요한 ‘사전 기획설’이나 ‘특혜설’과 같은 낭설에 휘말려 시작부터 혼선을 빚게 된다. 형식적으로 참여를 배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공평무사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M&A 과정에서 파악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매각주체가 선호하는 대상을 미리 정하고 이에 맞추어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는 의구심이 생기는 경우다. 이는 결과에 대한 원망과 시비를 불러일으킨다. 향후 이러한 혼선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는 매도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이고 심사 기준을 완전 공개해야 한다.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는 평가 기준에 매각 기업과 인수 주체의 연관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적 경제 재난이었던 외환위기 등으로 매각 기업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인수 주체가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재원 투입을 한 실적 등은 평가표에 어떤 형태로든 감안을 해야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매각 주관사가 특정 기업에 치우친 편파적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중립성’ 원칙을 범한 실수도 재발해서는 안 된다.

이에 더해 국내 산업계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본래 목적의 인수합병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소규모 거래(small-deal)가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각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비핵심 사업부를 처분하는 사업부별 분리 매각과 같은 소규모 거래가 항시 성사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후적으로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사전적으로 정상 기업의 사업 조정을 유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산업활력법’ 등을 통해 기업들의 상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둘째, 중소기업의 M&A 시장을 적극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특히 기술력을 확보한 부품 소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커가려면 인수합병 거래가 원활해야 한다. 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 합병 분할 절차 간소화, 출자 제한 제도 개선 등이 이를 위한 주요 과제들이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방어책도 마련해야 국내 M&A 시장이 보다 건전하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유병규(현대경제硏경제연구본부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