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가을에 꽃 피우는 팔손이 기사의 사진

‘팔손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여덟 갈래로 나뉜 커다란 잎을 가져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일곱이나 아홉 갈래로 나뉜 잎이 더 많다. 잎이 크고 싱그러워서 외국산 열대 식물의 하나인 줄로 생각하기 쉽지만 팔손이는 엄연한 우리 토종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나무가 바로 팔손이다. 잎 한 장의 지름이 거의 40㎝에 이른다. 게다가 이 넓은 잎이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상록성이며, 잎자루가 30㎝ 정도로 뻗어나와 한 그루만으로도 초록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연출한다. 잘 자라야 5m 쯤 자라는 팔손이의 긴 잎자루에 매달린 넓은 잎사귀가 바람에 너풀거리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다.

팔손이의 꽃은 다른 꽃을 보기 어려운 10∼12월에 피어난다. 꽃가루받이를 이루어줄 벌과 나비가 거의 사라질 즈음이어서,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다문다문 찾아드는 곤충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때 팔손이의 꽃에는 파리가 찾아와 꽃가루받이를 이뤄준다.

벌 나비 대신 파리를 끌어들여야 하는 팔손이의 꽃은 여느 꽃처럼 화려하지 않다. 가지 끝에서 하얀 꽃이 지름 7㎝ 남짓의 공 모양으로 모여 피어나는데, 가만히 바라보면 단장하지 않은 수더분한 시골 선머슴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경남 통영 비진도의 팔손이 자생지에서는 총각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람이 까탈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것도 팔손이를 환영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별히 돌봐주지 않아도 물만 마르지 않는다면 잘 자란다. 시골에서는 팔손이를 주로 울 곁에 심는데, 그럴 경우 한참 지나면 뿌리가 옆집으로 뻗어 새로 한 그루의 팔손이를 키워내기도 한다.

남부지방의 섬이나 해안에서 자라는 팔손이를 최근에는 내륙의 중부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기후 변화의 원인도 있지만, 실내 공기 정화용으로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팔손이는 대표적 공기정화식물인 산세베리아보다 음이온을 30배나 더 방출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한방에서도 팔손이는 진해, 거담, 진통의 효과를 위해 활용한다. 또 잘 말린 잎을 담가둔 물에 목욕을 하면 류머티즘 치료에도 효과를 본다고 한다. 팔손이는 보기에는 물론이고, 그 실용적 효과까지 매우 탁월한 우리의 토종 나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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