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센카쿠 열도의 국제정치 기사의 사진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한판에서 중국은 완승을 거둔 것인가. 일본은 납작 엎드린 것인가. 표피적, 단기적, 감정적으로 보면 일본의 참담한 패배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서 휘돌고 있는 국제 외교는 흐름을 달리한다. 일본은 속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 최소한 동북아와 미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보면 그렇다.

대부분의 시각은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했고, 일본이 무릎을 꿇었다’이다. 한 꺼풀 벗겨보자. 중국의 대응 이전에 일본의 조치를 주목해야 한다. 유엔 해양법은 공해상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선적 국가(flag state)가 자국 국내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중·일 어업협정도 선적 국가가 형사·민사 재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중국이 해당 선박을 데려다 조사하고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 영토임을 의도적으로 과시했다. 일본 국내법에 의거, 중국 선박을 나포해 조사했다. 또 국내법에 따라 선장을 구속했고, 구속 시한마저 연장했다. 중국과 심각한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이다. 그는 사건 발생 당시 국토교통상으로, 처음부터 이번 사태를 총지휘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전성기를 누릴 때 일본의 네오콘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헌법 개정론자이며, 미·일 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런 인물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2기 내각의 외상으로 발탁했다. 총리가 바뀌면서 일본 외교의 중심축이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미·일 동맹’으로 바뀐다. 마에하라 외상 기용은 미·중에 확실한 메시지를 준 셈이다. 이런 일본을 보며 미국은 흐뭇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흐뭇함은 곧 표출된다. 간 총리가 마에하라 외상을 대동하고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센카쿠 열도 등이 미·일 안보조약 대상임을 확인했다. 이어 유엔총회 기간 중 뉴욕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이 사실을 중국에 확실히 통보했다. 그 다음엔 ‘중국에 확실히 했다’는 사실을 친절히 일본에 얘기해 줬다. 간 총리 취임 후 첫 조치는 만료 시한이 다 된 ‘반(反)해적법’ 연장이었다. 자위대 해외 파병을 규정한 1년 한시법이다. 일본 자위대 함단이 소말리아에 파병된 근거다. 미국으로서는 또 만족할 만한 조치다. 하토야마 정권이었다면 찬반 논란이 격화됐을 것이고, 후텐마 기지보다 더욱 미·일 간 갈등 가능성이 있었던 현안이었다.

센카쿠 사태에서 일본은 결국 남는 장사를 했다. 국내법으로 처리한다는 의지를 각인시킴으로써 차후 똑같이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지난달 24일엔 오바마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아시아 지역민과 미래에 ‘커다란 이해관계(enormous stake)’를 갖고 있다”고 연설했다. 확실한 미·일동맹 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일본은 자국 이익을 최대한 확보했다. 우군도 많이 만들어 놨다.



일본은 또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오만한 ‘교란자(spoiler)’임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서사군도 인근에서 베트남 선박을 강제 나포해 자국법으로 처벌하려 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문제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중국 선박의 위법 행위 문제가 아니다. 이면엔 경제에 이어 외교 강국으로 떠오르려는 중국, 이를 견제하는 미국, 미·중의 해상 패권 다툼, 일본의 외교정책 수정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이 얽힌 국제 정치다.

중국과 대립하는 한·미동맹은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이미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미·일보다 훨씬 심하다. 한국의 외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