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손봉호] 수신료와 공정방송 기사의 사진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공정한 선진국이란 있어 본 일이 없다.

그런데 사회가 정의로우려면 공정한 권력 행사가 기본이지만,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언론의 공정성이 선행해야 한다. 정치가 공정하면 언론이 공정해질 보장은 확실하지 않지만 언론이 공정하면 정치가 공정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 부패에 대한 견제와 저항은 언론이 먼저 폭로하고 비판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언론매체가 다 공정해야 하지만 특히 KBS가 공정해야 한다.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이미 2004년에 KBS 수신료 인상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찬성 발언을 한 바 있다. 내가 일관성 있게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학 재직 시 들은 한 언론인의 강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한 분이 정부에 비판적이라 하여 신군부에 의해 해직되었는데, 서울대 교수들이 그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이다. 강연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를 놀라게 한 발언 하나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국립신문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압력에 의해 해직된 분이 국립신문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은 정부의 압력보다 언론사 사주의 압력이 더 크고, 사주의 압력은 영업이익과 무관할 수 없다.

언론자유 최대 위협은 돈

현대사회에서 언론의 자유와 공정성에 대한 최대 위협은 말할 것도 없이 권력과 돈이다. 그런데 우리 시민사회가 어느 정도 성숙해 있고, 시민들이 권력 부패에 비교적 민감하기 때문에 권력의 간섭은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경제적 압력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광고주에게 밉보이지 않아야 광고를 받을 수 있고, 시청자와 독자의 수가 늘어야 광고료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 점점 더 큰 힘을 행사할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지 못하면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약해질 것이고, 시청률과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면 언론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인 KBS만이라도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공정할 수 있고, 그것은 시청자들을 성숙하게 하고 다른 언론매체들의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률에 따른 수신료로 운영되면 정치권력의 간섭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에 대한 우리의 수신료는 거의 시대착오적이다. 독일의 3만4000원, 영국의 2만6000원, 일본의 2만2600원에 비해 한국의 수신료 2500원은 너무 낮고 그것도 30년간 동결되어 있어 물가상승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 때문에 KBS 운영비의 60%를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 날로 발전하는 새로운 기법 도입 등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이런 기형적인 재원 구조로 과연 수준 높고 공정한 방송이 가능하겠는가.

시청자 서비스 강화해야

KBS가 먼저 공정해야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수신료가 인상돼야 공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논리적이다. 수신료 인상은 공정성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정성을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KBS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공정해져야 하고 나도 시청자위원장으로서 이를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을 것이다. 시청자위원들이 보수적이란 비판도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KBS가 하던 광고가 종합편성채널 쪽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편 반대 때문에 KBS의 질적 향상과 공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우리 문화 수준의 제고와 시청자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청자를 위해 수신료는 인상돼야 한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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