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악어 잡아먹는 버마왕뱀 기사의 사진

사람들에게 싫어하는 동물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뱀을 만져보고 심지어는 목도리처럼 목에 두르며 사진 찍는 프로그램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럽고 비늘로 덮인 피부는 딱딱하고 거칠 것 같은데 정작 뱀을 만져본 사람들은 시원하면서 놀랍도록 부드러운 느낌에 흠뻑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도 가장 예쁘고 성질도 순한 노랑색 미얀마왕뱀이 출현하니 뱀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미얀마왕뱀은 원래 동남아시아에 살며 완전히 자라면 6m까지 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뱀 중 하나다. 몸 색은 진한 갈색에 무늬를 가졌지만 노란색, 붉은색 또는 초록색을 띠기도 하는데 이중에서도 노란색은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아무리 성질이 순해도 뱀은 뱀인지라 먹이는 완전히 육식을 한다. 어릴 때는 땅 위나 나무 위를 다니며 작은 쥐나 새를 잡아먹지만 몸집이 커지면 움직임이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에 한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덮쳐서 사냥을 한다. 미얀마왕뱀은 독이 없는 대신 뒤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물어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긴 몸으로 먹이를 꼭 죄어서 질식시킨 후 먹는다.

뱀은 다리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에 있는 비늘을 이용한다. 다리가 없기 때문에 뱀들은 아주 좁은 틈이라도 유연하게 빠져나갈 수 있고, 앞다리를 연결시킬 어깨뼈가 필요하지 않으니 기도의 위치를 쉽게 옮길 수 있어 숨이 막히지 않고도 자기 머리보다 더 큰 먹이를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뱀에게 다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왕뱀처럼 원시적인 왕뱀 종류들에게는 아주 작은 다리가 배 아래에 있다. 물론 미얀마왕뱀도 이 다리로 걷지는 못한다. 대신 짝짓기를 할 때 암컷의 생식기를 자극하는 데 이 작은 돌기처럼 생긴 다리를 이용한다.

초봄에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12∼36개의 알을 낳는데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암컷은 60∼80일 동안 둥지에 머물면서 알을 부화시킨다. 새끼 왕뱀들은 질긴 가죽 같은 알껍질을 주둥이 끝에 있는 날카로운 난치로 찢고 밖으로 부화돼서 나오면 알이 부화될 때까지 먹이도 먹지 않고 알둥지를 지켰던 어미 왕뱀은 이제야 둥지를 떠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애완동물로 가정에서 키우다 너무 커져서 감당하기 힘들어졌을 때 밖에 내버렸던 미얀마왕뱀들이 야생에 정착해서 그 지역에 살던 악어를 잡아먹을 정도로 심각한 생태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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