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성근] 古代史 교육 바로 하려면 기사의 사진

“새로 발굴되는 문서·유물들은 주체적 안목 없이는 제대로 접근 못해”

올 들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기존의 ‘박제화’된 역사기술을 지양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Ⅰ, Ⅱ’를 제작, 배포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대사에 대한 내용은 외면되어 있다.

교과서 상·하권 총 540여쪽 가운데 고조선 관련 기술은 ‘3. 우리 겨레 첫나라’(4쪽), ‘4. 고조선의 뒤를 이어’(4면) 등 8쪽이 고작이다. 개국 이래 우리 역사 4342년 가운데 약 2400년이 거의 공백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에게 국사가 있다고 얼굴 들고 나다닐 수 있는 것인가.

나름대로 좀더 나은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젊은 교사들의 역부족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위정자들의 천박한 역사의식이다. 그들이 국정지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문제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그 문제 극복을 위한 경비를 적절히 지원해야만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책임도 있다. 그 중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역사 바로잡기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깨어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정신과 의사는 민족의 뿌리를 알아보려고 바이칼 지역을 자비로 드나들며 그곳 원주민들인 브리앗공화국의 유목민 후예들 DNA를 채취, 한반도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검토를 한다고 한다. 전공의 벽을 넘어 시대의 사명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재야 사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들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개개인들의 사적인 노력은 오랜 세월이 흘러 조금씩 축적되어 갈 수 있겠으나 그들에게만 국가 대사를 맡겨두고 무진장 지켜보기에는 우리의 역사 현실이 매우 다급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건국기념관을 설치하고, 그것을 구심점으로 삼아 공백으로 남아 있는 2400여년의 잊혀진 역사의 진실을 정리해야 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민족분단의 비극을 반세기가 지나도록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민적 통합과 통일의 구심점으로서 국사 바로잡기 성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 복원 노력을 막고 있던 주·객관적 요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타율적으로 시작된 근대식 역사기술의 출발부터가 문제였다. 무엇보다 역사기술 방법상에서 식민지 사관의 부정적 측면이 큰 그림자로 작용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그동안 동아시아에 드리워져 있던 동·서 냉전구조의 폐쇄성을 비롯해 폐쇄된 사회에서 연구자원의 매장과 격리, 연구 방법의 전근대성, 학자들 간 국제적 공조체제 결핍 등 다양한 장애요인도 있었다. 그로 인해 세계사적 측면에서의 유목, 초원문화와 농경문화의 오랜 상호 관계에 관한 연구는 외면된 반면 폐쇄적인 민족주의 물결에 휩쓸렸다. 일국사주의적 역사 편견도 세계사 속의 민족사 기술을 어렵게 하는 큰 장애가 되어 왔음도 사실이다.

최근 20여년 동안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각국에 널려 있던 문서보관시설에서 다량의 사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티베트에서 쏟아져 나온 고문서의 방대한 사료들과 같이 유목민족들의 발자취를 밝혀주는 자료들은 문서를 통해 또는 고적 발굴에 의해 새로이 햇빛을 보면서 역사적 실증 가능한 무한한 가능성들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네이멍구 지방에서 출토되고 있는 홍산문화 유물들은 우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예·맥’ 부족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홍산문화 유물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서나 유물들은 우리의 주체적 안목을 키우지 않고는 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몽고문자, 고대한자, 위굴문자, 거란문자, 만주문자, 티베트문자, 축적된 러시아 문헌소화능력, 그리고 발굴 유물들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위해 힘이 될 각종 현대 전자장비의 비치, 전문 학자 양성 등이 화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국제 공조로서 러시아 중국 몽골 티베트 일본 학자들과의 심도 있는 협력체계도 절실히 요망된다.

이성근 전 한성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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