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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조성기] “미시온 쿰플리다”

[삶의 향기-조성기] “미시온 쿰플리다” 기사의 사진

치치칠, 렐렐레, 칠레! 칠레 국민들은 온종일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고 부둥켜안았다. 카메라에 잡힌 700m 지하 갱도는 마치 우주정거장 공간처럼 보였다. 전파 수신 문제 때문이었겠지만 매몰 광부와 구조대원들도 진공 상태에서 부유하는 듯이 스멀스멀 움직였다.

그 천장에 사람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려 있고 거기에 지상으로 통하는 탈출구가 연결되어 있었다. 구조 캡슐에는 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라는 단어가 스페인어로 박혀 있었다. 정말 매몰 광부들은 장장 69일 만에 불사조처럼 지상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들 33명이 지하에서 어떻게 공동생활을 영위했는지 여러 취재 기사들이 보도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좁은 탈출구에 몸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 음식조절과 운동 등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내용이다. 그때의 다이어트와 체중조절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과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캡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날씬한(?) 몸매를 갖출 수 있었다.

기도의 동아줄이 그들 살려

또한 미국 CNN의 생중계 방송을 통해 21번째 구조자인 요니 바리오스(50)의 프로필을 보니 의료팀이면서 ‘기도반’을 인도했다고 했다. 지하에서도 시간을 정해 기도회를 꾸준히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편 50:15)와 같은 말씀들을 의지하여 정말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63세로 최고 연장자이면서 정신적인 지주였던 마리오 고메스는 30년 동안 쓰지 않았던 사랑의 편지를 아내에게 매일 써서 비둘기 캡슐에 담아 지상으로 올려 보냈다. 그는 구조 캡슐에서 나오자 아내를 껴안은 후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부터 드렸다. 출애굽 시 히브리 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끌고 나와 기도했던 모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우리는 33명이 아니라 34명이었다’는 말도 기도의 줄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물리적으로는 캡슐에 달린 쇠줄과 도르래의 힘으로 구조되었지만 영적으로는 기도의 동아줄에 이끌려 올려진 셈이다. 6명의 구조대원들이 지하 갱도에서 33명의 광부들을 지상으로 다 올려 보낸 후 플래카드를 펼쳐보였다. 거기에는 ‘MISION CUMPLIDA’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선포한 말씀, ‘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조대원들이 어떻게 올라오느냐가 문제였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남게 되는 구조대원 한 사람은 혼자 캡슐을 조작하고 천장 구멍에 맞추어야 하는데 불상사라도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 장면마저 촬영하려면 카메라맨이 남아야 될 것 같았으나 카메라맨이 아닌 카메라가 마지막까지 갱도 공간을 지켰다. 마침내 홀로 남은 구조대원이 스스로 캡슐을 조작해 이끌려 올라가는 극적인 장면이 촬영되었다.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장면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새로운 인생 출발점 될 것

구조 캡슐이 천장의 구멍을 통해 서서히 올라가는 모습은 나사에서 우주선이 로켓에 의해 쏘아 올려지는 광경과 흡사했다. 사실 매몰 광부들은 캡슐을 타고 새로운 우주로 날아가고 있었다. 두 번째 사는 인생으로서 결코 이전과 같은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칠레 산호세 광산 구출현장은 아마도 영구 보존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지도 모른다. 방문객들도 캡슐을 타고 700m 지하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체험을 해도 좋을 것이다. 한번 죽음을 가상체험하고 올라오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유익한 점도 있을 것이다.

이번 칠레 매몰 광부 구출작전은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풍부한 상징과 소중한 교훈들을 안겨주었다.

조성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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