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고용은 좋은 투자의 열매 기사의 사진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사업에 자본을 대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경제를 풍족하게 이끄는 좋은 투자도 있지만 저평가된 주식이나 채권을 사 모아 기회를 노리는 그저 그런 투자도 많다.

김영삼 정부의 외환관리 실패가 불러들인 IMF 관리체제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우리 기업에 고금리 폭탄을 퍼부어 대량 부도사태를 유발했다. 외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 가격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해외펀드는 들여온 외화를 비싸게 원화로 환전해 주식매집에 나섰다.

일부 시민단체 주도의 반기업 정서와 호흡을 맞추면서 해외펀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들먹이며 SK그룹 등 대주주 지분 취약기업과 금산분리로 산업자본의 접근이 제한된 은행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투자유치 정책은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투자와 ‘돈놀이’형 그저 그런 투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이 우대하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됨에 따라 주가는 전반적으로 회복됐다. 특히 해외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한 일부 우량 대기업의 주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폭등했다.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투자수익을 올린 타이거 펀드, 소버린 등은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던 입을 씻고 순식간에 주식을 팔아 챙겨 떠나는 ‘돈놀이 본색’을 드러냈다.

‘일자리 정부’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해외투자도 고용창출 기여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우할 것임을 밝혔고, 투자를 고용과 연계시켜 지원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2010 세법개정안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차지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받드는 정책의 실천이다.

그동안 투자금액의 10%에서 7%까지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상시적으로 유지해 왔으나 고용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고용에 대한 기여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감면하다 보니 기계화로 일자리를 까먹는 투자도 촉진대상이 되는 ‘자살골’ 사례도 생겼다. 투자세액공제에 대한 고용연계는 물적자본만을 기준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종전 방식과는 달리 인적자원 요소의 활용을 함께 고려하는 진일보한 지원정책이다.

기업계의 반발은 투자와 고용연계가 부족한 업종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시적 임시투지세액공제가 기득권화되다 보니 대기업보다 고용인원이 훨씬 많은 중소기업도 고용조건 첨가를 불편한 제약으로 판단해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고용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존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종전과 같은 투자금액 7% 범위 내에서 신규고용 1인당 1000만원, 청년고용의 경우는 1500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인건비가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신규채용의 경우 인건비 대부분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효과가 있다. 투자금액의 7%에 해당하는 신규고용 인건비만 지급하면 종전과 동일한 수준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복잡한 실업 통계와 대학의 취업실적 부풀리기로 정확한 실상을 모르고 있던 중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장건강보험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해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5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취업 걱정으로 휴학 중인 학생을 포함해 수많은 젊은이가 직장을 잡지 못하고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일자리 정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놓은 고용 존중형 세액공제에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좋은 투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일자리와 연계되지 않는 그저 그런 투자에 대해서는 감면을 줄여 조세지원제도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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