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억울하게 푸대접 받는 가죽나무 기사의 사진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쓰임새가 달라 대접이 나뉘는 나무가 있다. 심지어 이름에서부터 좋고 싫음이 갈라지는 나무로 참죽나무와 가죽나무가 있다. 중국에서 들어온 참죽나무는 20m까지 자라는 멋진 나무다. 참죽나무의 줄기는 잘 자라야 고작 지름 40㎝ 정도로 그리 굵지 않다. 그러나 곧게 뻗어 올라가는 모습은 여느 나무가 따르기 어려울 만큼 시원스러운 멋을 가졌다.



높이 자라는 특징 때문에 참죽나무는 ‘구름을 깨는 나무’, ‘하늘을 모르는 나무’라고 불린다. 또 벼락도 막아줄 수 있어서, ‘뇌전목(雷電木)’이라고도 했다. 벼락을 끌어들이는 특별한 성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키가 큰 나무여서 피뢰침 구실까지 너끈히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참죽나무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나무로 가죽나무가 있다.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 참죽나무와 달리 소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니, 친척관계는 없지만 새의 깃털처럼 양쪽에 나란히 돋아나는 잎이나 곧게 솟아올라서 가지를 넓게 펼치는 전체적 생김새가 닮았다.

참죽나무를 닮은 멋진 나무이지만, ‘가짜 참죽나무’라는 뜻으로 ‘가죽나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이 붙었다. 쓰임새가 적다는 것도 가죽나무를 푸대접하는 이유다. 가죽나무는 줄기 속이 성글어서 속이 단단한 참죽나무처럼 목재로 쓰기 어렵다. 또 봄에 참죽나무에서 나는 어린잎은 먹을 수 있지만 가죽나무의 잎은 먹을 수도 없다. 게다가 가죽나무의 잎 아래에 돋아나는 진한 색깔의 사마귀는 불쾌한 냄새까지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예로부터 ‘쓸모없는 존재’의 상징으로 일쑤 가죽나무를 빗댄 문헌이 흔히 발견된다.

이처럼 가죽나무는 푸대접받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귀하게 여기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독일에서는 ‘천국의 나무’를 뜻하는 ‘괴테르바움’이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도 ‘천국의 나무(Tree of Heaven)’라고 부른다. 하늘 높이 자라는 특징을 드러낸 것이지만, 가죽나무라는 우리 이름의 이미지와는 천양지차로 다른 느낌을 준다.

알고 보면, 가죽나무도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이를테면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가로수로 특히 좋다. 또 환경 상태를 측정하는 지표 식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나무다.

분명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까닭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그걸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무릇 모든 생명을 천대할 수 없는 이유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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