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굴 속의 戰士 벌거숭이두더지쥐 기사의 사진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에는 참 이상하게 생긴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산다. 몸길이 10㎝ 내외에 몸무게는 35g정도 나가고 주름진 빨간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갓 태어난 생쥐처럼 보이지만 생쥐는 아니고, 땅속에서 땅굴을 파고 살기 때문에 두더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두더지도 아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100가닥 정도의 가는 털이 나 있어 완전히 벌거벗은 것은 아니지만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생리적 기능을 가졌다. 보통의 포유류 털은 보온기능을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입술부위에 있는 털은 주변을 감지하는 감각 털 역할을 하고, 발가락 끝에 있는 털은 이빨로 파낸 흙을 모아서 뒤쪽으로 보낼 때 이용된다.

피부에 땀샘이 없으니 땀을 흘려 온도를 낮출 수 없고 피하지방이 없기 때문에 추위를 막을 수도 없어 포유류 가운데 체온조절이 가장 안되고 정상체온은 32℃에 머문다. 어떤 학자는 포유동물인데도 변온동물로 표현할 정도다. 그래서 밤낮의 기온차가 큰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땅속을 삶의 본거지로 선택했다.

지면으로부터 15∼40cm아래의 땅속에 길고 복잡한 굴을 만드는데 굴의 너비는 3cm정도, 길이는 3km를 넘는 경우도 있다. 굴 끝쪽 방에 먹이를 저장하고, 새끼를 기르는 육아방과 심지어 화장실도 따로 두고 있다. 땅위에서 보면 굴의 중앙부위가 화산처럼 솟아올라 있고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굴속 공기를 환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땅속 집은 바깥기온이 아무리 높거나 낮아도 집안은 항상 30∼32℃를 유지할 수 있고 건조한 사막지역인데도 습도는 90%나 된다. 이 땅속 저택 덕분에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체온을 항상 32℃로 유지할 수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개미나 벌처럼 진(眞)사회성 동물이라는 점이다. 20∼300마리 정도가 무리를 이뤄 사는데 무리 안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군인들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날카로운 이빨을 무기로 적과 싸우기 위해 맨 앞으로 뛰어나가고, 일꾼들은 하루 종일 굴을 넓히고 먹이를 구해온다.

여왕은 무리 중에서 유일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어서 무리의 생존을 책임진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승리한 암컷이 여왕이 되는데, 일단 왕좌에 오르면 몸집이 커지고 새끼를 낳을 수 있게 되면서 동시에 다른 암컷들의 성적 성장을 억압해서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불공평한 것 같지만 척박한 사막에서 살기 위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생존전략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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