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형서] 출산정책 공동과제로 재설계해야 기사의 사진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지식경영’에서 앞으로 20∼30년간 인구문제가 모든 선진국의 정치를 지배할 것이며, ‘혼란의 정치학’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에 철저히 준비하는 국가가 별로 없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도 출산정책에 대해서 얼마나 충실히 준비해 왔는지, 또 장기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반성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5년간 출산장려금으로 380억원을 지원하고,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출산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국가의 과제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노인인구의 증가다. 이것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젊은 노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며, 노동생산능력이 없는 노인인구의 증가는 미래 국가발전과 국가경쟁력에 암초다. 따라서 출산율 감소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사회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과 미래 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정책을 단순히 정책홍보와 단기적인 재정지원정책에서 찾기보다 장기적으로 출산유인에 필요한 체계적인 접근과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정책, 다자녀 가구를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맡길 일 아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지원책으로 출산유인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일시적인 출산장려금만으로 출산을 유인한다는 것은 자녀 양육에 필요한 육아비용 및 교육비를 생각할 때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출산정책을 아직도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주민복지적인 측면에서 볼 때 출산정책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출산문제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재정적인 한계 때문에 직접 중앙정부가 큰 틀에서 지원하고, 또 지방정부가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선진국처럼 아이는 부모가 낳지만, 국가가 어느 정도 공동의 책임을 갖고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노력하는 새로운 복지정책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특히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출산휴가로 인한 급여 지급과 휴가 후 재고용의 제도적 보장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또 젊은 출산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사회적 합의 및 기업문화의 개선이 시급하다. 선진국처럼 출산여성과 남편들이 자녀양육을 위해서 누구나 직장에서 선택적인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장과 실천적 행위가 따라야 한다. 이런 제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들에는 각종 인센티브(세제혜택, 탁아시설 지원, 사회기업인증제 부여 등)를 제공하는 연계가 필수적이다. 반대로 이러한 제도를 위반한 기업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주는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출산가정에 대해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육아비용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환급해 준다든지, 공공시설의 무료이용, 그리고 교육 및 문화혜택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협치적 거버넌스’ 구축 필요

이와 같이 출산장려정책에는 막대한 재정적인 지원과 법·제도적 장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연계해야 하며, 또 성공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협치적 ‘거버넌스 구축’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성공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성과 인식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형서(한양대 교수·정부혁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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