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전세난민을 위하여 기사의 사진

최근 전셋값이 매우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크게 해치고 있다. 지난 1년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8.5%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지난 9월의 매매가 대비 비율도 56%로서 200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전국 평균치가 이렇다는 것이지 서울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40∼50%씩 오른 지역도 수두룩하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은 점차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전세금에 맞추기 위해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집을 찾아다니는 전세난민이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게 마련인데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도 기본적으로는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특히 중소형 주택의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입주물량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으며, 예정된 재건축, 재개발이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의 주거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 실효 전세공급물량을 감소시키는 측면도 있다.

또한 집값 상승에 따르는 자본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 혹은 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것도 전세물량을 감소시키는 원인의 하나이다. 이러한 공급 위축에 비해 수요는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매매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기대하거나 보금자리 주택을 기대하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수급불균형이 주된 원인이라면 해결책은 당연히 이를 해소시키는 것이 된다. 보금자리주택 중 임대주택의 비중을 높이고,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을 늘리며, 재건축 재개발의 시기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 등이 가능한 방법이다. 장기적인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하여 적절한 지역에 적절한 평형 및 구조를 갖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좋은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이다. 장기적인 대책만을 고려하기에는 전세난민들의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일찍이 케인스가 단기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기에서 우리 모두는 죽는다’라고 말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세난민의 급박한 문제는 전셋값이 오르는 경우는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보증부 월세로 바뀐 경우는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 수준을 감당할 수 없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다른 셋집을 없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필요한 대책은 세입자들의 추가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전세자금 대출금을 확대한다는 방안이 이미 8·29 대책에 포함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가 문제이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과 같이 연 4.5% 정도로 비교적 낮은 금리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 평형, 무주택 기간 등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경우는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2∼3% 포인트 정도 더 높은 금리 부담을 져야 하며,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 부담을 져야 한다. 최근 반전세 혹은 보증부 월세의 경우 적용되는 이율도 연 1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매매 가격과 전세금 규모가 상당히 큰 상황에서 이러한 금리 수준은 세입자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입자의 부담을 가급적 줄여줄 수 있는 단기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 금융, 조세 등 제반여건을 입체적으로 고려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점을 이용한다면 집주인과 금융기관 모두가 어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으면서도 세입자들의 금리 부담을 지금보다 훨씬 더 덜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서승환(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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